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온 코로나19 사태는 테크 열풍의 촉매제가 됐다. 무방비 상태에서 맞닥뜨린 위기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도구로서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3년여 만에 맞이한 엔데믹 시대의 뉴노멀 생존 공식에도 테크는 해법내지는 정답을 찾아주는 길라잡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테크 열풍이 불기는 여행·관광산업도 마찬가지다. 이미 각종 디지털 기술이 초개인화된 서비스와 차별화된 경험 제공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가 됐다. 항공권과 호텔 객실 판매와 유통이 전부였던 비즈니스는 다양한 기술이 더해지면서 영역과 범위는 물론 종류도 다양해졌다. 스마트 관광이 여행의 한 장르가 됐고, 급기야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형 여행사들이 ‘여행의 동반자’에서 ‘트래블 테크기업’으로 기업의 정의를 바꾸는 시대가 됐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3년간 K-콘텐츠는 칼을 갈 듯이 시나브로 경쟁력을 키워왔다. 한국 영화가 영화의 본고장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고, 전 세계 이용자가 2억 명이 훨씬 넘는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에서 시청률 1위 드라마도 탄생했다. 활동을 중단했음에도 세계 최고 권위 음악 시상식에 단골 수상후보로 거론되는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도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K-콘텐츠에 대한 인기와 수요가 문화적 향유와 경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간의 이목을 끌 만한 별다른 관광 인프라 확충이 없는 상황에서 수만 명의 외국인들이 코로나 이후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로 한국을 꼽고 있다. 코로나 이후를 전망한 각종 트렌드 보고서에 공통적으로 담긴 ‘경험소비’ 트렌드 역시 K-컬처를 콘텐츠로 활용한 여행상품의 흥행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이 되고 있다.
나라 경제가 탄탄한 기반 아래 지속성장하려면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 외에 관광·여행 같은 서비스 산업이 함께 커나가야 한다. 트래블 테크와 K-콘텐츠의 결합은 가뜩이나 정치, 경제, 외교 등 외생변수에 취약한 관광·여행산업이 시시각각 변하는 대외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될 수도 있다. ‘관광대국으로 도약’이라는 목표가 듣기에만 좋은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트래블 테크와 K-콘텐츠의 융복합을 위한 협업의 실질적 방법론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