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추진해온 ‘차세대 원자력 프로젝트’가 2년 이상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테라파워 창업자가 지난 8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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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로부터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공급 연료가 부족하고 새로운 연료 농축 시설 공사가 아직 시작하지 않아 나트륨(Natrium) 원자로 가동까지는 최소 2년이 지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라파워는 미국 와이오밍주 석탄 마을인 켐머러에 2028년까지 원자로를 건설해 가동할 계획이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테라파워는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인 ‘나트륨’(Natrium) 원자로 개발을 추진해 왔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대형 원전보다 누출·폭발 사고 위험이 낮아 친환경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 원자로는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을 원료로 사용하는데, 전 세계에서 러시아에서만 공급이 가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와 서방간 관계가 단절되면서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 공급도 막히게 됐다. 이에 따라 계획은 2030년 이후로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로 가동 지연은 한국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K그룹은 지난 8월 테라파워에 3000억원 규모를 투자하며, 게이츠와 함께 테라파워의 ‘공동 선도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도 지난달 테라파워와 3000만달러(425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