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재균 큐리진 사장은 이데일리와 만나 “암세포의 생존에 치명적인 유전자를 억제하는 ‘리보핵산간섭’(RNAi) 기술과 이를 효과적으로 나를 수 있는 ‘아데노바이러스’(AV) 변형 전달체 기술 등을 확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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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설립된 큐리진의 핵심 기술은 정 사장의 말처럼 RNAi 및 전달체 변형 기술이다. 이중 RNAi는 RNA와 간섭(interference)의 합성어다. 즉, RNAi는 다양한 RNA의 상호작용을 조절해, 생명 현상에 관계된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간섭 효과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메신저리보핵산’(mRNA)이 유전자 단계에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이나 ‘짧은헤어핀리보핵산’(shRNA) 등의 기능에 대한 여러 연구가 보고된지 오래다. 미국의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즈나 국내 올릭스(226950) 등이 국내외에서 대표적인 siRNA 기반 신약 개발사로 꼽힌다.
정 사장에 따르면 일반적인 shRNA는 두 가닥의 RNA로 이뤄졌으며, 이중 한 가닥에만 타깃 유전 정보가 담기게 된다. 이와 달리 큐리진은 두 가닥 모두가 각기 다른 mRNA를 타깃해 억제할 수 있도록 shRNA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링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방광암 및 췌장암 등 고형암의 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는 ‘mTOR’과 ‘STAT3’ 등 2종의 mRNA를 동시에 억제하는 항암 신약 후보물질 ‘CA102’를 발굴했다. 이와 관련해 ‘mTOR 및 STAT3 이중 표적 shRNA 서열을 포함한 항암 바이러스’ 관련 특허를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서 등록했다.
큐리진은 CA102에 대한 전임상 평가 자료를 바탕으로 연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계획서(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정 사장은 “생체 내에 널리 퍼진 신호전달경로에 작용하는 ‘STAT3’를 타깃하는 약물은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 STAT3가 세포 내에서 작용해 화학항암제나 항암 항체가 접근하기 어렵다”며 “유전자 수준에서 이를 억제하는 우리의 CA102가 개발될 경우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CA102의 경우 방광암이나 췌장암 등 암세포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으로 개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큐리진은 이중 특이 shRNA 기반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대상 ‘CA103’과 폐암 및 유방암 대상 ‘CA105T’ 등의 후보물질도 발굴했다. 특히 이 후보물질들은 회사가 지난해 12월 특허협력조약(PCT)에 출원한 ‘면역 회피성 항종양 아데노바이러스’ 기술을 접목해 정맥 투여 방식으로 설계됐다.
정 사장은 “우리 후보물질은 CA102, CA105T 등 모두 면역회피를 위한 항 종양 아데노바이러스 기술이 접목됐다”며 “CA102는 치료효 과를 더 높이기 위해 이 기술을 적용했음에도 환부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CA105T 등은 정맥주사형 약물로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희귀 유전질환 대상 유전자 치료제는 신속승인 등의 제도를 밟을 수 있어, 개발기간이 3년 내외로 짧다”며 “우리는 희귀 유전질환이 아닌 항암 신약을 개발하기 때문에 이렇게 개발기간이 단축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재발성 또는 불응성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꾸준하게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큐리진의 설립자인 이완 원광대 치과대 교수와 최진우 경희대 약대 교수는 현재도 회사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회사는 설립 이후 프리 시리즈A(2018년·15억원)부터 시리즈A(2019년·55억원), 브릿지 투자(2021년·115억원)까지 총 18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 7월에 큐리진에 합류한 정 사장은 회사의 경영과 임상 진행 등 사업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20여 년간 헬릭스미스(084990)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에서 신약개발 연구 및 임상 등을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