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 중 3곳은 수요예측과 주가 따로 놀아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9월30일까지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45개 기업 중 수요예측 과정에서 ‘흥행’이라 부를 수 있는 희망밴드 상단 혹은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설정한 것은 27곳이다. 이 중 상장 한 달 후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았던 곳은 19곳이며 나머지는 공모가를 하회했다. 반면 6곳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며 공모가가 희망밴드 하단이거나 하단을 하회했으나, 상장 이후 주가가 올랐다. 결국 전체의 31.1%인 14곳은 수요예측 흥행 혹은 실패와 별개로 주가가 움직였다는 의미다.
기관 수요예측에 따른 흥행 여부와 주가 흐름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미국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6월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14곳 중 6월 이전에 상장한 기업은 4곳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이후 상장했다.
수요예측 결과와 주가 흐름이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비교적 최근인 한 달 내 상장한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모델솔루션(417970)과 오에스피(368970), 핀텔(291810)은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하며 희망밴드 상단에 공모가가 정해졌으나 상장 일주일 후 주가가 빠졌다. 반면 샤페론(378800)은 흥행 실패로 희망밴드(8200~1만200원) 하단보다 39% 하회한 5000원에 공모가를 정했지만, 상장 일주일 만에 주가가 57.2% 튀며 7860원까지 올랐다.
다만 상장 한 달 이후 세 자릿수로 주가가 크게 상승한 종목들은 대부분 수요예측 과정에서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앤(353590)(189.6%↑), 유일로보틱스(388720)(132.0%↑), 가온칩스(399720)(121.4%↑), 성일하이텍(365340)(139.2%↑), 새빗켐(345.4%↑)이다. HPSP(403870)(124.0%↑)는 희망밴드 상단에 공모가를 정했다.
기관투자자도 예측 쉽지 않아
최근 IPO 흐름은 당장 이익을 내고 있거나 낼 예정인 기업, 공모 규모가 작고 상장 직후 유통 주식 비중이 크지 않은 기업 위주로 수요예측에 성공하고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 위험 확대 및 금리 상승 등 매크로 환경이 악화된 데다 대형공모주가 사라지고 변동성이 큰 중소형 IPO가 늘면서 기관투자자마저도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시장에 돈줄이 마르면서 상대적으로 주머니를 찬 공모투자자 우위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IPO 시장 부진은 인플레이션 위험 확대와 금리 상승이라는 매크로 변수가 주된 원인으로 수요예측의 난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모 투자자 우위의 시장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IPO투자자 역시 이같은 변화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