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리노랩은 2008년 각막이상증의 한 종류인 아벨리노에 대한 유전자 검사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회사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각막이 혼탁해지는 유전적 희귀질환으로, 라식 등 시력교정술을 받은 후 실명에 이를 수도 있어 수술 전에 반드시 검사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870명 중 1명, 미국에서는 1115명 중 1명꼴로 적지 않게 발생하지만 아직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회장은 “각막이상증은 원래 천천히 진행되는 병이지만 라식을 할 경우 빠르면 2년 안에도 시력상실이 진행되는 유전병”이라면서 “한국에서 성공한 자신감을 가지고 2010년 일본 최대 안과병원인 시나가와 라식센터와 협업하게 됐고 2011년에는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에 터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바이오와 IT분야를 접목하려고 했기 때문에 IT 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가 최적지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소규모 기업이었던 아벨리노랩은 각막이상증 진단만으로 미국, 한국, 영국, 일본, 중국 5개 법인을 가진 글로벌 회사가 됐다.
유전자 검사의 기반 기술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서도 빛을 발했다. 아벨리노랩의 연구진들은 지난해 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마자 유전자 진단에서 쌓아온 기술을 코로나19에도 적용했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인정받은 방법으로 진단에 착수, 올해 5월 기준으로 200만건의 누적 검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의약계 석학들이 아벨리노랩에 합류했다. 각막이상증 유전자치료제의 권위자 타라 무어 연구·개발 최고책임임원, 엘러간·애보트·칼자이스 등에서 44년간 근무한 제임스 마조 이사회 위원도 영입했다. 지난 1일 세계경제포럼 4차 산업혁명센터(C4IR)장을 역임했던 무라트 손메즈 씨도 아벨리노랩에 함께했다. 이 회장은 “세일즈 마케팅 인력은 노바티스, 비즈니스 개발 인력은 알콘에서 왔다”면서 “이들이 합류하는 이유는 딱 하나, 우리가 가는 길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에서다”라고 자신했다.
아벨리노랩은 IT기업으로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IT 인재가 많은 한국에서 코스닥 상장을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은 올해 2500~3000억원이 될 것이고 계속 성장할 것”이라면서 “2024년 AI 기반 빅데이터 서비스까지 더해져 매출액이 1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