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차에 먼저 제안을 드렸다.”
코로나19에 갇혀 있던 국내 M&A 시장이 올 들어 완벽하게 부활한 가운데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들의 적극적인 인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공개 매각을 선언하고 시장에 나온 매물 외에도 잠재 매물까지 인수를 타진하며 경쟁자들보다 한 박자 빨리 매물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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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파시겠습니까’ 제안…적극적 움직임 눈길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공개 매각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새 주인이 가려지는 ‘깜짝 빅딜’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4일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업체인 한샘(009240)을 인수한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대표적이다.
이번 거래는 공개 경쟁입찰 형식이 아닌 수의 계약(프라이빗 딜) 형태로 매각을 논의하며 보안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PEF 업계는 물론 한샘 내부에서도 매각 소식을 알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매각은 IMM PE 측이 인수를 먼저 제안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시장 내 잠재 매물을 검토해오던 IMM PE는 한샘 측이 최근 지분 매각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조창걸 회장 측에 지분 인수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은 수년 전에도 다수의 원매자들과 매각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사려는 기업이 제시한 가격과 매각 측이 원하는 가격 차이가 크다 보니 접점을 찾지 못했다. IMM PE는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했던 전례를 역으로 이용했다. ‘원하는 가격대를 맞춰주겠다’는 기조 아래 타협점을 찾기 시작했고 현재 규모로 최종 인수까지 성공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최근 달아오른 M&A 시장 분위기도 한 몫 했지만 (IMM PE가) 먼저 나서 적극적으로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이 중요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가 우려·상속세 리스크 어필로 빠른 결정
한앤코가 경쟁자를 따돌리고 남양유업을 인수할 수 있던 배경에는 신속한 자금 지급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 자금을 일시불로 치를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코는 2019년 10월 3조8000억원 규모의 3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 국내 시장 투자 목적으로 조성한 펀드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충분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 매각 측 입장에서 총액 규모도 중요하지만 매각 대금을 한번에 받을 수 있는 상황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이들 PEF가 매각 측과 빠른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던 비결은 또 있다. 이들 기업 모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라는 점이다. 공개 매각을 선언하고 인수전이 자칫 길어질 경우 주가가 출렁일 수 있고 대중의 우려가 계속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협상 과정에서 어필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상속세 리스크로 설득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국내에서 기업을 승계할 경우 부담하는 상속세 최고세율은 60%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개국 평균치인 27.1%의 두 배를 넘어선 수치다. 이렇다 보니 과다한 상속세 부담 대신 경영권 매각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깜짝 인수 흐름은 연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개 매각과 달리 수의 계약 형태로 진행하는 매각 협상에 대한 장점도 크다 보니 인수 의지가 있는 PEF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경향이 더욱 짙어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