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한국 조선사들이 전세계 선박 수주 시장을 휩쓸고 있다. 글로벌 선주들이 한국 조선사를 찾는 이유는 오랫동안 축적된 기술력뿐 아니라 원가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조선사들은 향후 탈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운반선 이외에도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기술 확보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중간지주사),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 조선사는 암모니아, 수소 등 다양한 친환경 선박 연료 건조 기술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중이며 머지않아 실증을 거쳐 상용화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이데일리는 ①한국조선해양 ②대우조선해양 ③삼성중공업 R&D 연구소를 차례로 찾아 친환경 기술 동향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그간 값싼 벙커C유 연료를 사용하던 선박들은 앞으로 강화되는 탈탄소 규제로 어떤 형태로든 탄소배출을 줄여야 합니다. 이는 국내 조선사들에겐 호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친환경 선박 연료 건조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면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 ▲경기도 판교에 있는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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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판교) 소속 직원들이 시뮬레이션 검증시설(HILS)에서 장비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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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한국조선해양(009540) 미래기술연구원에 들어서자 연구원들의 연구 열기가 후끈 느껴졌다. 인공지능(AI) 기반 선박 자율주행 등을 시뮬레이션(가상 시운전 기술)하는 류승협 사이버네틱스연구실(HiLS 센터) 수석연구원은 이중연료추진선을 시연해 보이며 “실제 하드웨어(선박 제어기)를 선박과 동일하게 구현된 디지털 트윈 모델이 탑재된 컴퓨터와 연결해 가상 환경에서 다양한 조건에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최적의 안정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NG·LPG 등 가스와 벙커C유를 모두 사용해 ‘하이브리드 선박’으로 불리는 이중연료추진선은 국제해사기구(IMO)가 황산화물 배출량 절감을 위해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낮추는 등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규제가 엄격한 항구나 연안에서는 LNG를 사용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원양에서는 벙커C유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HiLS 센터 판교·울산 연구 부문. (자료=한국조선해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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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글로벌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은 기반기술연구소, 에너지기술연구소, 생산기술연구소, 디지털기술연구소 등 총 4개 연구소와 기술컨설팅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반기술연구소는 신기술 적용 미래 선박, 추진 시스템 패키지를 개발하며 에너지기술연구소는 가스·친환경 시스템 및 통합 엔지니어링 솔루션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생산기술연구소는 스마트 제조 시스템과 신소재 신공법 응용 생산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디지털기술연구소는 하이브리드 전기추진, 자율운항 시스템 및 선박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미래기술연구원의 최근 연구 분야는 친환경 연료 선박에 집중돼 있다. 실제 한국조선해양의 연간 R&D 규모는 1000억원 수준이며 그 중 친환경, 디지털 관련 비중이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그룹 내 예인수조실험실. (사진=한국조선해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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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기술은 크게 △선박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시키는 연비 개선 기술 △LNG,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연료 추진 기술 △연료 연소로 인해 대기 중에 배출되는 배가스 처리 기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연비 개선 기술은 선박을 유선형 선체에 특수한 부가물을 부착해 저항을 줄이고 추진력은 극대화시키는 기술로,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강한 분야다. 최근에는 신기술로 배 표면에 공기를 불어 넣어 윤활 작용을 일으켜 저항을 혁신적으로 줄이거나 중세 범선과 같이 풍력을 동력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친환경 연료 추진 기술은 LNG, LPG, 암모니아, 수소 등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작거나 아예 없는 연료를 동력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심우승 기반기술연구소장(상무)은 “무탄소 암모니아 연료 추진 기술은 2023년까지 핵심 장비·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암모니아 연료 추진 선박의 수주 및 상용화는 암모니아 연료의 단가 및 벙커링 인프라에 따라 상용화 시점이 가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최근 급속히 강화되는 환경규제를 감안한다면 2025년 정도에는 중대형 선박 수주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향후 과제로는 규제 기관, 핵심 기자재 업체, 암모니아 생산업체 등과 협력해 관련 제도 및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울산) 소속 직원들이 시뮬레이션 검증시설(HILS)에서 장비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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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무탄소 수소 연료 추진 기술의 경우 2026년까지 수소 선박을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수소 연료 추진 선박의 수주 및 상용화는 세계 수소 인프라 성숙 속도에 따라 가변적으로 소형 선박의 경우 육상 수소 자동차 기술을 이용해 단기간 내에 적용할 수 있지만 중대형 선박의 경우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2030년 이후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온실가스 저감 기술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인프라 구축 없이도 비교적 빠른 기간 내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관련 규제 속도도 매우 빠르다. 심 소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은 2023년부터 발효되는 온실가스 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메탄슬립 및 CO2 저감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특히 이른 시일내 IMO 및 EU의 온실가스 저감 규제를 대비해 메탄슬립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성남 판교에 ‘글로벌 R&D센터’를 건립 중이며 이곳에는 미래기술연구원을 포함해 최대 5000명의 연구개발 인력이 근무할 예정이다. ‘글로벌 R&D센터’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지향하는 기술 중심 경영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