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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 A씨는 “올해 여름은 해변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들 것으로 보고 직원을 뽑으려는 것”이라며 “그런데 생각만큼 고용이 쉽지 않다”고 했다. 코로나19 탓에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곧바로 취직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 것이다. 미국 경제가 워낙 가파르게 성장하다 보니 예기치 못한 구인난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A씨는 “급여를 더 올려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고용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일자리를 잃고 아직 취직을 못 한 규모가 약 800만명인데 이들 중 600만명은 올해 안에 노동시장에 쏟아질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미국 경제가 궤도에 오르면 돈 풀기 정책은 점차 약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직장 잃은 600만명 ‘컴백’
2일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BoA의 리서치팀을 이끄는 이던 해리스 글로벌경제연구소장은 코로나19 탓에 미국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규모를 현재 약 460만명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팬데믹 탓에 직장을 잃은 후 일자리를 못 찾은 이는 800만명 이상으로 추산하는데 이들 중 육아, 가사, 노화 등으로 일을 그만둔 이들이 400만명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비 경제활동인구’다.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 안에 속한 실업자는 취직 의향이 있기 때문에 경제가 살아나면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추후 미국 일자리 회복의 관건은 노동시장 이탈자들이라는 분석이 비등한 이유다.
해리스 소장은 460만명 중 절반 이상, 즉 250만명은 늦어도 올해 말까지 일자리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육아 문제로 일을 그만뒀다”며 “하지만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가을부터 학교가 문을 열면 보육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다시 직장으로 복귀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나머지 약 200만명이다. 이들은 노동시장 복귀가 늦어지거나 아예 은퇴할 수 있다는 게 해리스 소장의 분석이다. 그는 “팬데믹으로 120만명 이상이 (예년보다) 추가로 은퇴했을 것”이라며 “65세 이상 퇴직 근로자는 이번 팬데믹으로 (일과 건강 중에서) 인생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소장의 추정대로라면 약 800만명 중 600만명이 올해 안으로 노동시장에 쏟아질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는 “(구인은 몰리는데 일할 사람은 부족한)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 때문에 특정 분야는 임금 상승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 내에서는 이들 600만명이 예상보다 빠르게 일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가 속속 문을 열면서 고용주로서는 높은 급여를 주고서라도 일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오는 7일 나오는 4월 고용보고서를 주목하고 있는데 4월 한 달간 신규 비농업 부문 고용이 97만8000명 증가했을 것이라는 게 월가 컨센서스다. 주요 투자은행(IB) 중 하나인 제퍼리스는 210만명 증가를 점치고 있다. 월가의 한 금융사 관계자는 “지난달 이후 고용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며 “이르면 올해 가을께 팬데믹 이전에 버금가는 일자리 호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백신 확대→경제 재개→고용 폭발→소비 증대’의 경제 선순환 흐름이 빨리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공포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우리는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예상보다 강하게 성장이 일어난다면 10년물 국채금리는 6%대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월가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미국 당국이 돈줄을 조이는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졌다. 씨티그룹은 “연방준비제도(Fed)가 6월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와 관련한 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고, 모건스탠리는 “7월께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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