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무능·무지가 불러온 부동산 재앙…철저한 자기반성이 먼저다

LH 부동산 투기의혹후 정부·지자체, 철저한 조사·처벌 약속
대전시·세종시 등 대대적 나섰지만 수박겉핥기 조사로 끝나
지방의회 의원들 투기 의혹에 소속정당·집행부 모르쇠 일관
  • 등록 2021-04-20 오전 6:10:00

    수정 2021-04-20 오전 6:10:00

[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최근 정부와 여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상치 않다.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부동산 정책 실패다.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부동산 적폐로 규정, 공직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단죄를 약속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속빈강정이다. LH 전·현직 임직원을 포함해 차관급 공무원과 청와대 경호처 소속 과장급 공무원, 경기도 등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등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듯 하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와는 상당한 괴리감이 존재한다.

충청권도 예외는 아니다. 세종시에 이어 대전시가 5개 자치구와 합동으로 시와 구, 대전도시공사 전 직원 9500여명을 대상으로 한달 가까이 부동산투기 전수 조사를 벌였지만 고작 1명을 경찰 고발하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대부분의 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와 정의당 대전시당이 연대한 ‘대전시 공직자 부동산 투기 감시 시민조사단’은 유성구 안산첨단국방산단 지구에서만 차명거래·토지 쪼개기 사례 수십건을 확인했다며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고 있는 세종시 역시 셀프조사의 한계를 스스로 증명했다. 세종시는 지난달 18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를 사전에 매입한 소속 공무원은 경찰 수사를 받는 3명이 전부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종시는 “기존 자진신고자 외에는 부동산을 매입한 사례는 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투기 의심 공무원이 없다는 세종시 전수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불신과 불만이 대부분이다. 세종에서 각종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대상 지역을 스마트 국가산단으로 한정하고, 조사 대상도 산단 업무 관련자를 제외하면 소속 공무원 본인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이들 지자체는 금융거래조회 및 통신기기 사용내역 확인 등은 수사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만큼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항변하지만 사전에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조사에 나선 것은 성과 내기에 급급했던 게 아니냐는 비난을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여기에 대전시의회 소속 시의원들에 대한 대응도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대전시의 부동산 투기 조사 결과 발표 당일인 15일 대전시의원들이 자신들의 투기를 조사해 달라며 뒤늦게 동의서를 제출했다. 이는 의도적으로 동의서 제출을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문재인정부와 충청권 지방자치단체는 부동산 문제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가 부족했고, 안이했다. 정책 실행과정에서 보인 무능과 무지는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 요인이 됐다. 청와대 정책실장 등 여권 고위인사들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내로남불식 행태는 성난 민심에 불을 끼얹는 형국이었다. 이는 부패와 위선이 합쳐진 결과물로 공정과 신뢰의 가치를 추락시켰다. 이제라도 중앙과 지방정부는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남은 1년 동안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수립, 집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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