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지금으로부터 머지않은 미래 미국, AI(인공지능) 로봇 클라라는 AF(Artificial Friend) 매장 쇼윈도에서 창밖의 뜨거운 햇빛을 바라보며 자신을 데려갈 아이와의 운명적 만남을 기다린다. 클라라는 AI 로봇 중에서도 유난히 인간을 열심히 관찰하고 그들의 감정과 소통을 익히는 데 관심이 많다. 오랜만에 만난듯한 창밖의 남녀를 보며 보며 클라라는 “아주 행복해 보여요. 그런데 이상하게 속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라며 인간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어느 날 거리를 관찰하고 있던 클라라에게 다가 온 조시라는 이름의 소녀. 걸음걸이가 몹시 불편하고 야윈 모습의 조시는 클라라를 데려가겠다고 굳게 약속하고, 클라라는 그날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린다.
201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3일 영국에서 가장 먼저 발표된 후 세계 30개국에서 순차적으로 출간되고 있는 최신작이다. 노벨상 수상 이후 처음 발표한 장편으로, 인간 소녀와 그의 ‘친구’로 선택받은 AI 로봇 클라라의 이야기다.
인간이 아닌 존재인 클라라의 인간에 대한 한결같은 헌신이 실현되는 과정 속에서 과연 ‘인간됨’이란 무엇인지, 무엇이 인간 개개인을 고유하게 만드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책은 AI와 유전공학이 고도로 발전한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아이들의 지능은 유전적으로 ‘향상’되고, 학교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원격 교육을 받는다. AF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은 어린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돼 팔린다. 변화하는 시대에서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이 인간이 서로 사랑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