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처벌 수위 탓"... 끊이지 않는 유튜버 허위·과대광고

유튜버 허위·과대광고 잇따라
진실 정보 속 '허위 정보 끼워팔기' 방식으로 적발 어려워
전문가 "양형 기준 강화 및 유튜버 윤리의식 고취 필요"
  • 등록 2020-05-21 오전 12:05:21

    수정 2020-05-21 오전 8:32:21

"식용 과산화수소를 먹은 뒤 머리가 맑고 식곤증이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먹을 수 없는 '35% 과산화수소' 제품을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한 한 유튜버의 영상의 내용 중 일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14일 해당 유튜버를 포함한 유튜버 3명을 과산화수소에 대한 허위·과대광고 혐의로 고발조치를 취했다.

유명 유튜버들이 특정 제품을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인 것처럼 허위·과대광고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처벌 규정은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는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먹을 수 없는 '35% 과산화수소'를 질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속여 판매한 업체와 이들의 홍보에 가담한 유명 유튜버가 적발됐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4일 밝혔다. 사진은 해당 제품. (사진=연합뉴스)


URL만 바꿔 영상 재업로드...식약처 단속 한계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인 것으로 허위·과대광고를 한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마스크 등 발광다이오드(LED) 제품을 ‘주름 개선’ 등 의료기기로 오인하게 하는 온라인 허위·과대광고 943건을 적발했다. 허가받지 않은 탈모치료제 등을 광고한 사례 336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이 중 SNS·블로그 등을 통한 광고 적발 건수는 87건.

식약처는 올해부터 온라인 허위·과대광고의 단속 범위를 유튜브 영상으로까지 확대했다.

앞서 지난 1월 식약처는 다이어트·디톡스 등에 효과가 있는 제품이라며 가짜 체험기를 통해 허위·과대광고 행위를 한 게시물 153건과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 15명을 적발했다.

과산화수소 사례를 포함해 최근 들어 유튜버의 허위·과대광고 적발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단속을 관할하는 식약처는 모니터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약처 사이버조사단 관계자는 "해당 유튜버의 허위·과대광고 영상에 대한 URL을 차단해도 주소를 바꿔 영상을 다시 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과산화수소 허위·과대광고로 적발된 영상 중 일부는 고발조치 뒤에도 영상 재생이 가능했다.

이어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단속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인력에 한계를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전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진실 정보 속 '허위 정보 끼워팔기' ... 광고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제고 필요

통상 유튜버의 허위·과대광고는 영상 속 ‘끼워 팔기’로 이뤄진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유튜버들은 허위광고가 적발돼 시청자가 자신에게 갖는 신뢰감이 깨질 경우 이전만큼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래서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허위·과대광고를 한다”고 설명했다. 영상 내 정상적인 정보들 사이사이에 허위 정보를 넣어 영상을 만드는 식이다.

알면서도 허위·과대광고를 진행하는 이유는 ‘수익에 대한 유혹’ 때문이다. 이 교수는 “유튜버의 수익구조 대부분은 광고와 직결되어 있다”며 “특히나 단기간에 최대한의 수익을 내는 것에 눈이 멀어 허위·과대광고를 일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적발되는 허위·과대광고는 식품·화장품이 대부분이다.

법무법인 강남의 임신혁 변호사는 “건강과 관련된 제품은 소비자층이 다양하다 보니 광고 소비층 역시 광범위해 관련 허위·과대광고 사례 역시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허위·과대광고로부터 소비자가 피해를 받아도 구제받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임 변호사는 “피해에 대한 자료를 모아 배상 청구를 해도 변호사 선임 비용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적은 금액을 배상 판결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제소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실적 한계로 인해 허위·과대광고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이 교수는 “유튜브의 경우 TV등 기존 매체가 가진 ‘데스킹’의 기능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가 영상 속 이야기에 대해 의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유튜버를 보고 구매를 결정하지 말고 제품을 보고 현명한 소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튜버 밴쯔(본명 정만수)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이데일리)


법률 전문가 "양형 기준 강화해야"... 유튜버 윤리의식 필요해

식품에 대한 유튜버의 허위·과대광고는 식품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제 8조에 저촉된다. 해당 법률은 ‘누구든지 식품 등의 명칭·제조방법·성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표시 또는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때 해당 법률을 지키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문제는 법원의 판결이다. 법원이 양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유명 유튜버 밴쯔 역시 허위·과대광고 혐의로 1심에서 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률 전문가는 처벌 수위가 약하기 때문에 허위·과대광고의 문제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김태민 변호사는 “양형 기준을 강화함과 동시에 법원이 양형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판결해야 한다”며 “유튜버들이 허위·과장광고를 통해 얻은 부당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조항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벌 규정이 약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광고를 진행하는 유튜버들의 윤리의식 개선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 교수는 “경쟁이 치열한 유튜브 시장에서 윤리의식이 개선되길 바라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소비자 보호 입장에서 유튜버들이 윤리적 기준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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