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인터넷은행법은 이번 국회에서도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개점휴업 상태인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를 위해서는 사실상 주인인 KT가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인 걸림돌을 치워줘야 한다는 주장과 ‘KT특혜법’이라는 반발이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실제 특례법을 처리하는 본회의를 앞두고 진보성향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법안 통과돼서는 안된다는 압박이 거셌다. 본회의 의결과정에서도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지난 3월 당시 법안에 반대 혹은 기권했던 109명의 이름을 모두 부르며 거세게 반발하는 등 30분간 치열한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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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이 손쉽게 통과된 데는 법안 처리 순서도 한몫했다. 지난 3월 여야 지도부가 ‘데이터 3법’, 금융소비자 보호법, 인터넷은행법을 패키지로 묶어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뒤, 테이터3법, 금소법, 인뱅법 순으로 표결이 이뤄졌다. 여당이 원하는 법안이 표결 앞쪽에 배치됐고, 당시 야당인 김종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인뱅법은 뒤로 밀렸다. 그런데 여당이 원하는 데이터3법 등이 표결에서 통과된 뒤 인뱅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졌다. 결국 여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지며 허무하게 인뱅법 처리가 무산됐다. 야당으로서는 일종의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 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법을 반대하는 강경파 의원들을 제외한 회색지대의 의원들은 평소 소신과 달랐더라도 인뱅법을 통과시켜달라는 당 지도부의 요청을 모른체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