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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는 코로나19 이후를 살아야 한다. 코로나19는 1930년대 대공황과 1940년대 세계대전에 비견될 정도로 경제와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운송 수단의 발달과 국가간 교류 확대가 만들어낸 세계화의 재앙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을 세상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코로나19를 계기로 산업계 변화상이 매우 두드러질 거다. 새로운 산업들이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날 텐데, 이를 신축적이고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타다금지법 같은 사례가 다시 나오면 안 된다.”
이데일리는 지난 24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장을 만났다. 김 학부장은 “코로너19 위기 국면에서 기업을 일단 살리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집중해야 한다”며 “동시에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4월 말, 봄의 절정인 대학 캠퍼스는 고요했다. 김 학부장은 온라인 강의 준비에 바빴다.
신산업이 극복한 대공황 위기
-온라인 강의는 잘 되는가.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많이 불편하다. 오프라인 강의처럼 모든 교수들이 실시간으로 수업한다면 지금은 서버가 다운된다. 여러 분야에서 비대면을 활성화하려면 정보통신(IT) 네트워크가 훨씬 발달해야 한다. 재택근무도 마찬가지다. IT 인프라가 비대면을 원활하게 할 정도가 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그만큼 발전의 여지가 있다는 말인가.
△코로나 이후 전세계 산업을 살릴 구원투수는 IT다. 재택근무, 원격진료 등을 확대하려면 IT 네트워크는 더 좋아져야 한다. 우리는 1930년대 대공황을 뉴딜정책을 통해 극복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그렇지 않다. 당시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한 팽창정책으로 각종 신산업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동차, 항공기, TV, 라디오, 가전, 의약품 등이다. 이번 코로나19 이후 역시 똑같다. 불황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산업계가 재편되며 경제 구도가 바뀔 것이다.
-무슨 산업을 주목하고 있나.
△플랫폼 산업이다. 어렵게 생각할 게 없다. 한국을 보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대중화가 우리 삶을 바꿔놓지 않았나. 배달의민족이 4조원에 팔릴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나. 다른 누구도 아니라 시장이 선택한 것이다. 영세한 중국집에서 배달원을 상시 고용하면 비용이 적지 않게 드는데, 배달앱이 생기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익이 있다. 노동경직성이 심한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플랫폼 산업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어떤 화두인가.
제2의 타다금지법 나오면 안 돼
-최근 타다금지법 결정은 두고두고 논란이다.
△아쉬운 결정이다. 타다가 잘 됐던 건 이유가 있다. 기존 택시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이 원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요는 자꾸 터져나오는데 (기존 규제로) 누르고 있는 꼴이다.
-규제를 어떻게 다룰지 문제는 더 중요해졌다.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법률 혹은 정책상 금지 조항 외에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 정설이다.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아예 하지 않으면 더 낫다. 최근 타다금지법 등을 보면 정부 외에 각종 이익단체가 만든 규제도 잘 들여다봐야 한다. 정부보다 시장을 중심에 두고 보면 된다.
-코로나19 이후 산업의 특징을 또 꼽는다면.
△‘슈퍼스타 마켓(superstar market)’의 심화다. 각 산업별로 2~3개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다. 전세계를 장악하다시피 한 유튜브를 보라. 국내 배달 앱 시장도 비슷하다. 코로나19 이후 IT 발달과 함께 심화할 것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결국 교육이다. 학업성취도평가(PISA·피사) 등의 결과를 보면 한국 학생들의 평균 성적은 높다. 특히 각 나라의 최하위권끼리 비교하면 한국이 1등이다. 하위권이 잘해서 평균이 높은 것이다. 그 대신 최상위권은 선진국에 비해 밀린다는 결과가 나온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요즘은 1등 자리의 슈퍼스타가 산업 전체를 이끄는 시대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교육 성과를 높이 평가하기 어렵다.
-어떤 대안이 있나.
-서울대 경제학부가 최고의 인재들 아닌가.
△학습력이 상당히 좋은 건 맞다. 하지만 해외 학생들과 비교해 질문이 다르다. 미국에서 가르칠 때 학생들은 경제학원론을 가르쳐도 자꾸 현실 문제와 연결해서 질문했다. 그런데 한국은 공부와 현실을 엮는데 매우 미숙하다. 공부는 공부이고, 삶은 삶이라는 식이다. 학부 1학년생은 고교 4학년생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교육은 정말 중요한 문제다.
코로나 이후 유로화 위태로울 것
-코로나19 이후 달러 패권이 저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렇게 보지 않는다. 달러화를 대체할 통화가 없다. 각국이 외환보유액을 달러화로 갖고 있어서 그 어떤 나라도 달러화가 무너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로화는 위험하다. 미국의 기축통화국 지위를 노리고자 인위적으로 만든 게 유로화인데,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뒤집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도 갈등이 나오고 있지 않나.
-세계적으로 ‘다름’에 대한 혐오는 더 증가할까.
△위기가 올수록 민족주의는 발현하게 마련이다. 미국이 이민을 강화한 것도 똑같은 이유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외국인이 많이 살지 않으니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만, 반대로 한국인이 해외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대비가 필요한 부분이다.
김대일 학부장은…
△1962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석·박사 △미국 라이스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노동경제학회장 △서울대 경제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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