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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금요일 저녁 시간, 퇴근길 음식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직원들과 입직(入職) 계약서까지 썼고 급여 통장과 신분증 등록까지 마쳤다. 진짜 ‘배민커넥트(배달의민족 커넥트)’ 라이더가 된 것이다.
전기자전거를 끌고 배달 일을 나설 때만해도 자신만만했다. 2000·2005년 택배 픽업·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 덕분이다. 14년이 지났다고는 해도 감(感)은 남아 있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실전 배달은 달랐다. 고난의 연속이었다. 배달·배송지인 송파구 롯데월드 일대 지리를 전혀 모른다는 게 컸다. 학창시절 이후 근 20년 간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본 경험도 없었다. 배달의민족 측이 추천해준 스마트폰 지도 서비스(카카오맵)도 초보자가 사용하기에는 만만치 않았다. 롯데월드 앞에서 5분, 송파구청·송파보건소 근처에서 5분을 허비했다. 식은땀이 났다.
배달지에 도착해서도 난관은 이어졌다. 잠실 고급 아파트는 입구부터가 달랐다. 경비원들에게 일일이 확인받고 들어가야 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헤매고 있자 지나가던 ‘요기요’(배달의민족 경쟁사) 배달기사가 길을 알려줬다. 엘리베이터 출입구 문을 여는 방법까지 알려줬다. ‘요기요 감사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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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지에서 다른 배민커넥트 라이더를 만났다. 지난주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는 중년의 지역 주민이었다. 송파구 거주민으로 주변 지리에 밝았다. 그는 본인의 자전거로 배달 일을 했다.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2~3시간 정도 일을 한다고 했다. “운동도 되면서 돈도 벌어 쏠쏠하다”고 했다. 여유가 생기자 길거리가 보였다. 배민라이더(오토바이 기사)와 배민커넥트 라이더(자전거·킥보드 이용 기사), 각종 배달 플랫폼 전문기사들이 넘쳐났다.
이후에도 초보자의 실수는 계속됐다. 두 번째 배달지에서도 “죄송하다”고 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음식이 배달되는 동안 접시가 가방 안에서 뒤집혀 있었다. 다행히 국물이 없는 베트남 음식이었다. 주문자도 별 말이 없었다.
두 번째 배달까지 마치자 시간은 오후 7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1시간50여분 동안 두 건의 배달 일을 해 8000원을 벌었다. 시간당 약 4000원이다. 나름 뿌듯했지만 내년도 최저임금(8590원)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많이 (배달) 하는 사람은 한 시간에 4건도 한다”고 했다. 익숙한 동네라면 시간당 3건은 가능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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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커넥트는 지난 4일 송파·강남·강동·서초구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은 시범 단계다. 배민커넥트와 계약한 일반 사용자는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 등 개인용 이동기구를 타고 다니며 배달한다. 배달의민족은 2km 이내 음식배달 주문 건을 이들에게 추천한다. 배달 완료 시 건당 4000원의 수입이 올라간다.
아직 시범 단계이지만 이들의 경쟁은 ‘치킨게임’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초반 플랫폼 장악을 위한 목적이다. 쿠팡이츠는 건당 배달비를 7000원까지 올려놓았다. 가끔은 건당 1만원 파격 가를 제시하기도 한다. 우버이츠는 2년째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 배민커넥트는 전문기사보다 500~1000원 정도 우대해서 배달비(배달완료 시 받는 금액)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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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녁 시간대 몰리는 배달 주문을 전문기사들이 전부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예로, 배달대행업계 1위 바로고에 따르면 하루평균 배달 건수(바로고 접수 배달콜 수 기준)는 지난 5월 20만건을 돌파했다. 연초(1월 평균치)와 비교하면 70% 정도 늘어난 수치다. 이중 대부분은 점심과 저녁 시간에 몰려 있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라는 생각으로 플랫폼사들은 일반인으로까지 배달업 문호를 개방했다.
이 같은 방식의 일자리에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소비자 보호와 노동자 인권에 취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일종의 초단기 아르바이트로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면서 “사회 취약계층이 이 일에 내몰리기 쉽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달 사고에 따른 안전문제 등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도 동시에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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