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억 횡령' 한보 정태수 아들, 21년만에 붙잡혀 "아버지 이미 사망"

  • 등록 2019-06-24 오전 6:08:34

    수정 2019-06-24 오전 8:55:15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도피 21년 만에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한근 씨가 검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이미 숨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923년생인 정 전 회장은 살아있다면 올해로 96세의 고령이다.

정 전 회장은 1997년 ‘한보 사태’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가 질병 등을 이유로 6년 만에 풀려났다.

이후 2007년 자신이 이사장을 지낸 대학교에서 교비 7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던 중 외국으로 잠적한 뒤 행적을 감췄다.

정 전 회장은 치료 목적으로 일본에 간다는 계획과 달리 말레이시아를 거쳐 카자흐스탄으로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대학교 학장이던 정 전 회장의 며느리가 교비를 횡령해 도피 자금으로 지원하는 등 친인척이 조력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때 키르기스스탄에서 금광사업으로 재기한다는 소문도 돌았던 정 전 회장은 12년이 지난 현재까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도피 21년 만에 파나마에서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 정한근 씨가 22일 오후 국적기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가운데 지난 23일 21년 만에 국내로 송환돼 검찰 조사를 받은 아들 한근 씨는 지난해 에콰도르에서 아버지가 사망했으며, 자신이 직접 임종을 지켜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근 씨는 그동안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만든 네 가지 영문 이름으로 캐나다와 미국의 영주권과 시민권을 취득하는 등 신분을 세탁한 뒤 여러 나라를 옮겨다니며 추적을 피했다. 그러나 결국 우리나라와 에콰도르, 파나마 등의 공조 수사에 덜미가 잡혔다.

검찰은 한근 씨의 진술만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 정 전 회장의 출입국 기록 등 객관적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한편, 한보그룹 자회사의 돈 320억 원을 횡령한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지난 2008년 기소됐다. 이에 검찰은 여죄를 수사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또 한근 씨가 체납한 세금만 2500억 원에 이르는 만큼 외국 은닉 자산이 있는지 계속 추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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