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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나 혼자 사는 황동수(29)군은 조용한 것이 좋지만 적막한 것은 질색이다. 그는 백색소음을 위해 늘 TV를 켜놓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식물을 키운다. 적적할 땐 어플리케이션(앱)으로 동네친구를 만들기도 한다. 평범한 그의 일상을 직접 따라가 봤다.
외롭지만 만족스러운 황군…TV·반려 식물은 필수
황군이 퇴근하는 시간은 저녁 7시. 지하철을 타면 회사와 30분 거리에 있는 원룸에 산다. 황군은 회사와의 거리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이 원룸을 골랐다. 임대료가 약간 비싸더라도 회사와 가까운 곳이 만족도가 높다. 보증금 2000만원, 월세 60만원으로, 비록 월급의 4분의1을 방값에 쓰고 있지만 출퇴근 시간이 1시간 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현관을 열자마자 황군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TV를 켜는 것이다. 조용하지만 백색소음은 꼭 있어야 한다는 황군. 그는 입주 한 지 한 달이 지나고 TV를 구입했다. 혼자 사는 방에 사람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여간 어색했기 때문이다. 채널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홈쇼핑이든 드라마이든 예능이든 사람 목소리가 나오면 그만이다.
외로움을 못 이겨 TV 소리와 반려식물을 키우는 황군이지만 지금의 생활은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이런 아이러니컬한 감정은 1인가구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법하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1인가구 가운데 22%가 “외롭다”로 응답했다. 그러나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대다수(73.2%)의 1인가구들은 현재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말 그대로 외로움을 즐기는 1인가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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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황군은 동네친구를 만들고 싶을 때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기도 한다. 동네 친구들을 엮어 준다는 어플에는 `곱창 먹을 분`, `헬스장 다닐 분` 등 게시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최소 10명 이상의 동네 친구들이 모여야지만 모임이 성사된다. 1:1로 만나는 데이트 어플과는 다르다. 황군은 “1인가구라 집에만 있다 보면 자칫 인간관계가 좁아질 수 있으니 앱을 통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사람을 사귀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이 앱을 사용하는 황군은 최근 같은 헬스장에 다니는 동네 친구들과 운동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최소 1번씩 만나 회원들과 파트너로 운동을 한다.
황군처럼 식당 음식을 집으로 가져와 먹는 1인가구는 이젠 흔한 모습이 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미성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2018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가구 중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배달이나 테이크아웃을 이용하는 비중은 43.1%나 된다. 2~3회도 9.44%였다. 자취 5년 차인 황군은 “집에서 조용히 혼자 먹는 테이크아웃 식사에 이젠 100% 적응했다”며 “번잡스러운 식당보다는 TV를 틀고 여유롭게 먹는 저녁 시간이 내 힐링 비법”이라고 말했다.
황군은 그렇게 오늘도 퇴근 후 TV를 켜고 밖에서 사온 음식을 뜯어 먹은 후 앱으로 사귄 동네 친구들과 헬스장을 갈 예정이다.
<1인 가구 5명의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 일인칭 시점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