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반도체 관련 장비 제조업체 소스트가 홍콩 반도체 업체를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소스트가 보유한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 관련 핵심기술이 해외 기업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단 평가다. 최근 코스닥 상장사
제주반도체(080220)에 중국 기업이 관심을 보인다는 후문이 도는 등 국산 반도체 관련 기업에 대한 중국계 자본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10일 소스트의 회생계획 인가를 결정했다. 지난해 1월 수원지방법원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간 소스트는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인가 전 인수합병(M&A)를 전제로 한 회생절차를 밟아왔다. 소스트가 매물로 나오자 홍콩 반도체 관련 업체 MEMSTK가 관심을 보였고 최종적으로 50억원에 소스트를 인수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소스트는 MEMS 마이크로폰(음성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꾸는 장치)의 핵심 부품인 MEMS 변환기 개발·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주문형 반도체(ASIC) 개발·생산 또한 병행하고 있다. 서울투자파트너스, 투썬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털(VC)들도 소스트가 보유한 기술력을 높이 사 일부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소스트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반도체 제조시설을 늘리고 장비를 구매하는 등 상당한 투자를 진행했지만 동종 업체들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적 악화의 늪에 빠졌다. 2014년 1억8000만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2017년 5억원 수준으로 외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이 2억7000만원에서 5억2000만원으로 증가했던 점이 뼈아팠다. 이에 회사는 1월 수원지방법에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이르렀다.
MEMSTK가 소스트를 인수한 이유는 향후 MEMS 마이크로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MEMS 마이크로폰은 음성 인식을 돕는 필수 반도체로 애플이 아이폰용 음성 인식 서비스 ‘시리’를 출시한 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 음성 인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관련 제품이 늘어나며 관련 업황이 호조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MEMS 마이크로폰 시장 규모가 2017년 11억 달러(약 1조2325억원)에서 2021년 15억달러(약 1조6807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스트가 과다 경쟁의 영향으로 법정관리 매물로 나왔지만 MEMS 마이크로폰 모듈을 생산하는 MEMSTK가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에 관심을 보였다”며 “최근 제주반도체가 중국으로 매각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도는 등 국내 반도체 관련 업체에 대한 중국계 자본의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