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실성 따져봐야 하는 '간선도로 주택건설'

  • 등록 2018-12-28 오전 6:00:00

    수정 2018-12-28 오전 7:23:52

서울시가 그제 획기적인 주택공급 방안을 내놓았다. 호텔·사무실 등 도심 업무용 건물의 공실을 주거용으로 공급한다는 등의 ‘5대 혁신방안’이 그것이다. 공유주택 시범사업도 추진된다.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마찰에 부딪쳐 신규부지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택공급을 확대하려는 나름대로의 시도다. 기존의 ‘양적 공급’ 정책에서 벗어나 삶의 질까지 고려하겠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부동산 정책을 넘어 주거의 기본권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것이 박원순 시장의 포부다.

그러나 도로가 지나는 상부 공간까지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발상은 아무래도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구체적으로 북부간선도로의 신내IC∼중랑IC 구간 위로 2만 5000㎡ 규모의 인공지반을 조성해 공공주택 1000가구를 짓는다는 방안도 발표됐다. 문화체육시설도 함께 조성될 것이라 한다. ‘리인벤터 서울’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시사하듯 서울 도심공간을 혁신하겠다는 뜻이지만 자칫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경우까지 내다봤는지 궁금하다. 그 부작용과 후유증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해서도 미리 답변이 제시돼야 한다.

서울시는 일본 오사카의 게이트타워, 독일 베를린의 슐랑켄바더 슈트라세, 프랑스의 레앵방테 파리 등의 사례를 거론하고 있지만 게이트타워만 해도 한신고속도로와 빌딩 건축이 함께 이뤄졌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미 도로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그 위에 새로 건물을 올린다면 작업이 생각만큼 쉽게 진행될 수는 없다. 그 과정에서 소음 및 교통체증으로 인한 민원 발생은 물론이려니와 주거 건물이 완공된 이후에도 도로의 안전관리와 관련한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적지 않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박 시장의 의지와 노력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 하지만 용산·여의도를 묶어 개발하겠다는 ‘싱가포르 플랜’이 그의 의도에 관계없이 엄청난 후폭풍을 초래했다는 사실을 돌아봐야 한다. 도심 오피스빌딩에 대한 리모델링 및 복합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바르셀로나 플랜’도 함정을 지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의 주택공급 방안이 시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안까지 제시돼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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