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개항장 문화지구 불법주차로 몸살…보행자 안전까지 위협

중구 개항장 인도 등에 불법주차 만연
보행자 인도 막혀 차도로 걸어 ''안전위협''
시민·관광객, 주차단속 등 대책 요구
문화지구 공영주차장 포화…인천시 외면
  • 등록 2018-12-27 오전 6:20:00

    수정 2018-12-27 오전 6:20:00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인 중구청 주변 인도에 차량들이 불법주차돼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 개항장 문화자원 보존지역인 중구 역사문화의거리와 차이나타운 등 문화지구 일대가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에 불법주차된 차량 탓에 시민과 관광객들이 차도를 걸어가는 경우도 빈번해 안전문제까지 부각되고 있다.

상인들은 주차공간 부족 때문에 불법주차가 행해진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인천시와 중구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보여행 코스가 주차 차량에 막혀 ‘불편·위험’

26일 중구 개항장 역사문화의거리 주변 인도 곳곳에는 차량 수십대가 주차돼 있었다. 편도 1차선 차도를 사이에 두고 양 옆의 인도를 걷던 시민들은 주차된 차량을 만나면 방해물을 피해 차도로 나와 걸었고 한 시민은 인도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차도를 걷다가 차량이 지나가자 주차된 차와 운행 중인 차량 사이에 엉거주춤하게 서서 피했다.

인도에 불법주차된 차량은 중구청 인근 화교중산중학교 앞에서 신포시장 방향으로 500여m에 걸쳐 줄지어 있었다. 중구청 주변 인천개항박물관, 개항장근대건축전시관, 차이나타운 일대 인도·차도에도 수십대의 차량이 불법주차됐다.

이곳은 인천시가 2010년 개항장의 역사·문화자원 관리·보호를 위해 개항장 문화지구로 지정한 지역이다. 관리·운영은 중구가 맡고 있다. 문화지구는 전체 53만㎡ 규모로 중구청이 있는 관동1가, 신포동, 동인천동, 북성동 일대를 포함한다. 인천항 주변의 이들 지역은 1883년 개항 당시부터 외국인과의 무역이 자유로운 개항장으로 불려왔다.

중구는 문화지구를 활용한 관광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2년부터 차이나타운, 역사문화의거리, 자유공원 등 주요 문화지역을 중심으로 도보여행 해설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운전자들이 곳곳에 불법주차를 해 시민·관광객의 보행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 위치도. (자료 = 중구 제공)


해설이 있는 도보여행에는 연간 2만명 안팎의 국내외 관광객이 참여한다. 도보여행을 신청하지 않은 관광객까지 포함하면 연간 50만명 이상이 문화지구를 방문하는 것으로 중구는 추산했다.

인천의 대표적인 관광·문화지역인 문화지구에 관광객이 몰리고 있지만 중구의 주차문화는 불법주차와 단속 피하기에 머물러 있다. 관광객들은 주차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에서 중구 문화지구를 찾은 윤모씨(47·여)는 “개항장 문화가 있어 볼거리가 많지만 불법주차된 차량 때문에 걷는 것이 불편하다”며 “주차 단속을 강화해서라도 주차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에서 방문한 한모양(16·여·고교 1학년)은 “차이나타운과 역사문화의거리에 불법주차 차량이 많아 걷기에 위험하다”며 “어른들이 불법주차를 근절해주기 바란다. 구청도 뭔가 대책을 마련한다”고 지적했다.

느슨한 단속에 ‘메뚜기 불법주차’…주차장 확대 난항

불법주차가 난립하지만 중구는 단속업무를 허술하게 하고 있다. 중구는 평일 오전에는 불법주차가 많지 않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문화지구 일대에서 주차 단속을 하지 않는다.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문화지구 음식점 등의 영업을 보장해야 한다며 불법주차를 눈감아준다. 실제 단속은 오후 2~4시 2차례만 진행한다.

이렇게 해서 중구는 하루 평균 50대의 불법주차 차량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한다. 일부 운전자는 단속 때만 차량을 다른 곳에 이동시켰다가 단속차가 지나간 후 다시 인도에 불법주차 하면서 주차 질서를 어지럽힌다. 중구 관계자는 “주차단속 3개 팀 중에서 낮시간에 평균 2개 팀(전체 4명·단속차 2대)이 단속활동을 한다”며 “팀 인력이 한정돼 있어 문화지구에 집중할 수 없다. 그나마 시간을 내서 1개 팀이 오후에 2차례 단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차단속을 강화하면 인근 상인·주민의 민원이 대폭 증가한다”며 “공영주차장 확대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인 중구청 주변 인도에 차량들이 불법주차돼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문화지구에서 차이나타운은 주차타워(186면)와 제2공영주차장(110면)이 있어 방문객의 주차 수요가 일부 해소되지만 역사문화의거리 주변은 중구청 안 주차장(159면), 신포동공영주차장(71면·신포주차장), 한중문화관 지하 공영주차장(109면)이 주차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중구청·한중문화관 주차장은 직원·민원인 차량 등으로 평일 대부분 만차이고 신포주차장도 인근 신포시장 방문객 등으로 주차가 어렵다. 중구가 구청 주변에 조성하고 있는 누들(국수)플랫폼 건물이 내년 3월 준공하면 이 일대 주차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중구는 지난 8월부터 인천시에 신포주차장 확장 공사(228면)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시는 외면했다. 인천시가 지난 2001년 조성한 신포주차장(2150㎡)은 맞은편 인천중동우체국(인천시 유형문화재 제8호·옛 인천우체국) 때문에 역사문화환경보존지구로 묶여 있어 확장공사를 하려면 인천시 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 현상변경 심의를 거쳐야 한다. 중구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인천시 교통관리과는 문화재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지 않고 주차공간 부족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인천시는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조례’상 시민의 보행안전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지만 문화지구 보행환경 개선과 인도 불법주차 문제에 대해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내년부터 박남춘 시장의 공약으로 개항장 일대에서 문화재생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주차난 해소 대책은 아직까지 없다. 시는 임시방편으로 신포주차장에서 100여m 거리에 있는 재물량로 차도의 주차금지구역을 토요일·공휴일·야간에 일부 해제할 계획이지만 주차난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문화재생사업이 이뤄지면 관광객 차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문화지구의 주차난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지구 상인들은 “주차장이 부족한 상황에 단속 강화만으로는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지자체가 공영주차장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지역 전체적으로 주차난이 심해 문화지구 공영주차장 확장에 대해 고려할 부분이 많다”며 “신포주차장 확장을 위한 현상변경 심의 요청 건에 대해서는 인천시가 해야 할지, 중구가 해야 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지구의 보행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차 없는 거리를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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