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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준비 과정에도 적용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민간 예술단체를 지원해야 하는 ‘창작산실’ 예산을 국립예술단체에 이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8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발표한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종합 발표’에 따르면 2015년 10월 안애순 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안무감독으로 추천됐다 ‘윗선의 지시’로 교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안 전 예술감독은 송승환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을 포함한 예술감독단이 구성된 뒤 송 감독의 추천을 받아 안무감독 자격으로 2회에 걸쳐 초기 구성안 회의에 참여했다. 그러나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이 송 감독에게 안 전 예술감독을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려 예술감독단에서 배제됐다.
송 감독은 블랙리스트 지난 4월 11일 진상조사위에 제출한 사실확인서를 통해 “(안 전 예술감독의) 교체 이유가 뭔지 물었지만 (김 전 장관이) ‘윗선의 지시’라 본인도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 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만 했다”며 “저에게 감독 임명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문체부 산하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의 민간예술단체 지원 사업 ‘공연예술 창작산실’ 예산이 국립무용단 ‘향연’ 제작에 이용된 정황도 드러났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문체부는 2015년 8월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의 나온 대통령 발언에 따라 ‘국정2기 문화융성의 방향과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후속 조치로 ‘전통문화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립무용단 ‘향연’을 기획했다.
이후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는 예술위에 ‘2015년도 공연예술 창작산실’ 예산 중 연극와 오페라 분야 잔여 예산 6억원을 국립무용단이 소속돼 있는 국립중앙극장에 전용할 것을 지시했다. 6억원 중 1억원은 연극 ‘개구리’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극연출가 박근형의 작품을 배재함으로써 발생한 잔여 예산인 것으로 밝혀졌다. 예술위는 민간에 지원해야 할 예산임에도 위원회 전체회의 서면결의를 통해 국립중앙극장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조사 결과 용 원장은 박근형 연출이 이 공연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문제 삼아 개막 2주 전 공연 조정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용 원장은 관련자 진술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용 원장에 대한) 추후 추가조사나 후속 조치 여부에 대해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지난 9개월 동안의 조사를 바탕으로 문체부가 조직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예술계 현장에 적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14년 4월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문체부 예술정책과장 주재로 ‘예술위원회 현안점검 문체부 회의’를 주 1회 정기적으로 연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 회의에는 예술위 사무처장, 본부장, 현안 관련 부서장 등이 봉고차를 이용해 전남 나주의 예술위 본원에서 세종시 문체부 청사를 찾아가 블랙리스트 및 공모사업 진행 현황을 보고받고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문체부의 예술정책 분야를 ‘국가예술위원회’(가칭) 등 전문기관으로 독립시키는 조직 개편을 검토하는 제도개선안과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에 대한 수사 의뢰 및 징계를 권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