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아파트 주간 시세 꼭 발표해야 하나

  • 등록 2018-03-19 오전 6:00:00

    수정 2018-03-19 오전 8:03:08

[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장] ‘서울 매매가격 0.11% 상승, 전세가격 0.08% 하락.’

한국감정원이 지난주 부동산 담당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로 배포한 ‘3월 둘째 주 전국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내용이다. 말이 좋아 주택 가격 동향이지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 중심의 주간 아파트 시황 조사와 다를 바 없다.

집값 동향을 월간도 격주간도 아니고 매주 내놓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현재 한국감정원을 비롯해 KB국민은행과 부동산114 등 3곳은 매주 어김없이, 한 주간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변동률을 발표하고 있다. 대개 ‘이번 주 OO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얼마 상승(하락)했고, XX지역 전세가격은 얼마 하락(상승)했다’는 식이다. 지역별 시세 변동률은 소수점 두자릿수까지 정밀하게 표기된다. 일부 신문에서는 아직도 매주 1개면을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 변동 금액과 시세표로 꾸미고 있다.

보도자료에는 주간 단위로 변하는 가격을 그래프로 표시하며 등락을 보여주기도 한다. 주간 시세는 주택시장의 흐름을 알게 해 준다. 아파트 가격 움직임을 재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주간 시세가 정확하지 않을 뿐 더러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시세 조사는 가장 확실한 거래 정보인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아파트 시세와 시장 흐름을 정확하게 알 수 있고, 또 집을 사거나 팔아야 할 시기도 가늠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실거래가를 주간 시세 통계에 제때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거래가는 매매나 전세 계약 때 정해지는데, 계약이 이뤄진 지 보통 한 달 정도 지난 뒤 집계되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경우 매매 계약을 맺으면 중도금을 치르는 한 달 뒤 실거래 신고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결국 주간 단위의 시세 조사는 실거래가가 아닌 호가와 전문 조사자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집주인의 희망 가격인 호가는 실제보다 부풀려지기 마련이다. 언론도 아무런 검증 없이 주간 시세 자료를 그대로 받아 보도하기 바쁘다.

왜곡된 시세 통계는 시장 혼란을 낳고, 이를 토대로 설정하는 정부 정책 방향을 크게 어긋나게 할 가능성이 크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간 단위 시세 조사의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실거래가를 반영하지 않은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주간 단위로 마치 주식처럼 조사하고 공개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간업체라면 모를까 월간도 아닌 주간 시세 변동률을 공신력이 있는 한국감정원까지 나서서 발표하는 것은 문제다.

전 세계 유례없는 아파트 주간 시세 발표는 중단하는 게 낫다. 대신 실거래에 기반한 월별 조사로 집값 통계 시스템을 바꾸자. 실제 거래가격이 집계되는 것을 기다렸다가 정확한 통계를 내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처럼 말이다. 국민은 엉터리 주간 시황이 아닌 실거래가에 기반을 둔 제대로 된 월간 통계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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