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대한통운 실버택배 일을 하는 어르신들이 서울 구로 천왕동 천왕이펜하우스 3단지 아파트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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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요즘 너무 행복하다. 일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도 좋지만 눈 뜨면 어디 나갈 수 있는 곳이 있어 마음 한구석이 편안하다.”(CJ대한통운 실버택배 배송담당 장기흥 씨)
지난 8일 서울 구로 천왕동 천왕이펜하우스 3단지 아파트. 이데일리는 이곳에서 CJ대한통운 실버택배 배송업무를 하는 어르신들을 만났다. 아파트 단지 내 택배 배송을 마치고 친환경 전동카트에서 내린 장기흥(80·서울 고척동) 씨는 택배 일을 하면서 느낀 소회를 이 같이 말했다.
| 장기흥(80·서울 고척동) 씨가 친환경 전동카트를 타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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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에서 정년퇴임을 한 장 씨는 어느덧 3년 차 택배운송 베테랑이 됐다. 그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집사람이나 아이들은 다칠까 봐 위험하다고 말리곤 했는데 집에서 쉬면 뭐하나. TV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느니 나와서 운동 겸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친환경 전동카트는 CJ대한통운이 중소기업과 손잡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으로 공동 연구, 개발해 실버택배를 하는 어르신들에게 제공한다. 시속 15km 정도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빠르지는 않지만 편리하게 다니며 택배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 씨는 “택배 일을 하면서 별도로 건강관리를 안 해도 운동이 되니까 좋다”며 “전동카트로 택배상자를 싣고 현관 앞에 내려 아파트 15층까지 오른 후 계단을 이용해 내려오는 식으로 배송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운동이 된다”고 말했다.
| 백창현(83·천왕동) 씨가 택배 배송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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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담당 지역이 자택에서 1분이 채 걸리지 않는 어르신도 있다. 바로 백창현(83·천왕동) 씨. 그는 천왕이펜하우스 3단지 4동에 산다. 백 씨가 맡은 배송 동은 6동. 아파트 주민센터에서 대기하다가 물류 차량이 오면 담당 동인 6동 물류만 받아 전달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운영하는 실버택배는 전국에 160여개 거점을 두고 있다. 주로 아파트 단지가 대부분으로, 백 씨와 같이 자택과 일터가 같은 생활권에 있는 경우가 많다.
통신회사에서 정년 퇴임한 백 씨가 실버 택배일을 시작한 이유도 장 씨와 같다. 그는 “퇴임 후 세월만 보내다 보니 삶이 지루했다. 뭐라도 일을 해야 하는데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때마침 2015년 CJ대한통운에서 실버택배기사를 구한다고 해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아파트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 만나서 인사도 하고 자주 보니까 가끔 요구르트나 박카스 같은 음료수를 주기도 하더라”며 “4동에 살지만 배송 담당 동인 6동 주민과 더 친해졌다”며 웃어 보였다.
| 김봉근(77·오류동) 씨가 택배 배송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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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일요일을 뺀 주 5일을 일한다. 다만 사적인 일이 생길 땐 전화 한통화로 무급휴가가 가능하다.
임금은 최저시급(7530원) 정도다. 하루 3시간씩 월 20일을 일하면 월급은 45만1800원 남짓. 어르신들은 돈 보다 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김봉근(77·오류동) 씨는 “작년에 손주가 대학에 들어갔는데 용돈을 줬더니 무척 좋아 하더라”며 “몸이 움직이는 한 계속 택배 일을 했으면 좋겠다. 이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의 실버택배는 시니어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평균수명의 증가와 시니어 세대 삶의 질, 일자리 문제와 같은 사회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서다. CJ대한통운은 2013년부터 실버택배 사업을 시작해 현재 약 1300여개의 노인 일자리를 창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