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알고 지내던 트레이너에게 고향에 내려갈 거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젓는다. 해외 여행을 갈 계획이란다. 부모님과 같이 가느냐 물었더니 친구와 함께 간다고 그는 답했다.
개인주의 바람은 중국에서도 불고 있다. 춘제나 국경절 같은 큰 명절에도 자신만의 휴가를 즐기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일자리를 위해, 학업을 위해 고향을 떠나 홀로 도시에 나와 사는 젊은 세대들의 생각은 한국의 젊은 세대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 춘제 기간에 앞두고 중국 국가여유국 직속인 여유연구원과 중국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C-trip)이 공동으로 발표한 ‘2018 춘제 해외여행 추세 예측보고’에도 이런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보고서는 올해 춘제 기간에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65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615만명을 크게 넘는 수치다.
중국 젊은이들이 가족과 따로, 개인여행에 떠나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까지 한국의 여행업계는 단체관광 비자를 받아 여행사와 함께 한국으로 오는 중국인들을 위한 상품 위주로 유커를 대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여행업계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해소 후에도 베이징과 산둥성 등 일부 여행지에서만 단체 관광 비자가 허용됐다며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으로 여행 오던 단체 관광객들이 상하이 등 중국 남부지방에 집중돼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여유국에 따르면 최근 중국인 젊은이들은 다양한 체험을 해보려고 남극이나 아프리카 등을 향하기도 하고 해양 스포츠나 해수욕을 위해 동남아로 떠난다. 유커의 욕구가 다양해지는데도 몇 년 전처럼 케이팝 같은 한류 콘텐츠와 면세점 쇼핑 등에만 의존해선 그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
올해 춘제 기간과 맞물린 평창 동계올림픽이 그래서 중요하다.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겨울 스포츠를 소개하고 서울이나 부산 등 알려진 대도시가 아니라 다른 지역을 선보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우리 정부도 평창 동계올림픽 관람권을 20만원 이상 산 중국인에 한해 비자 면제 혜택도 부여하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주링허우 한명 한명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관광 한국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