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가 사상 최초로 2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도 18조8061억원으로 전년대비 19.8%나 늘었다. 이중 국산신약의 생산실적은 1678억원으로 1.0%에 불과하다. 생산실적 자체는 전년(1587억원)보다 5.7%나 늘었지만 비중은 1.1%에서 조금 더 줄어든 것이다.
◇생산액 ‘0’…이름만 남은 제품 6개
국내 개발 신약 중에는 지난해 생산실적이 아예 없는 제품이 6개나 된다. 국산 1호 신약 선플라주(SK케미칼(006120))는 신약 리스트에 이름만 올라와 있을 뿐 2009년부터 생산실적이 전무하다. 이유는 결국 효과 때문이다. 위암 항암제인 선플라주는 이후 출시된 항암제들에 비해 효과가 좋지 않아 시장에서 자연스레 퇴출됐다.
SK케미칼은 위암 외 다른 질환으로 적응증을 넓힌다는 계획이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농구균예방백신 슈도박신(CJ제일제당(097950))은 임상2상 이후 임상3상 자료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임상3상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2010년에, 간암 방사성의약품 밀리칸주(동화약품(000020))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같은 해에 각각 허가를 자진취하해 이름만 남기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JW중외제약(001060)의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는 2011년 출시 당시 ‘빠른 효과’를 내세워 시장에서 나름대로 성공했지만 2012년부터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경쟁품들의 특허만료로 저가의 복제약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들었다. 제피드는 2015년 13억원어치 생산됐지만 지난해에는 결국 생산이 중단됐다.
동아에스티(170900)가 2007년 동물실험단계에서 해외제약사에 기술수출했던 수퍼박테리아 항생제 시벡스트로도 지난해 생산실적이 전무하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시벡스트로는 이미 글로벌 판권을 수출해 국내 판권만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항생제는 별도의 생산시설이 필요해 국내에 별도의 시설을 짓기 보다는 해외에서 약을 들여오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역량 쌓이며 ‘세계 시장’ 본격 진출
지난해 생산실적이 있는 국산신약 20종의 평균 생산실적은 104억8400만원이다. 수치만 보면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빅5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가장 많이 생산된 국산 신약은 보령제약(003850)의 혈압약 카나브로 507억3300만원 어치가 생산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1990년대만 해도 팔릴 약을 만들기 보다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데 의의를 두는 정도여서 해외진출은커녕 국내시장에서도 존재감이 미미했다”며 “이후에 역량과 경험이 쌓이면서 시장에 필요한 약, 팔릴 약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나브의 경우 초기 ‘한국인 데이터가 가장 많은 혈압약’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지난해 국내 1위 혈압약으로 발돋움했고, 지속적인 해외진출 추진으로 51개국에 4억1360만 달러 어치의 계약을 체결했다.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개발된 제미글로는 세계 1위 경쟁품과 직접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비롯해 인슐린, 메트포르민 등 다른 계열의 약과 병용하는 임상시험 등 다양한 상황의 임상시험을 진행해 데이터를 구축했다. 또 2013년부터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 멕시코 스텐달 등과 전 세계 104개국 수출 계약을 체결해 각 나라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고, 지난해부터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지역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 12일 국산신약 29호로 허가 받은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도 국내 허가를 받기 전 이미 일본 제약사에 5000억원에 기술수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