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업계, 이유있는 '표절' 논란…'쥐꼬리 R&D 투자'

미투제품·표절 시비 끊이지 않는 제과업계
올 1분기 제과업계 매출 대비 R&D 비중 0.2% 불과
제한된 연구개발 환경에서 미투제품 범람
"장기적으로는 제과업계 경쟁력 갉아먹는다"
  • 등록 2016-07-07 오전 6:00:00

    수정 2016-07-07 오전 6:00:00

올 상반기 바나나 열풍을 주도한 오리온 ‘초코파이 바나나맛’(오른쪽부터 시계방향)과 미투제품인 해태제과 ‘오예스 바나나맛’, 롯데제과 ‘몽쉘 바나나맛’ (출처=각사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1년에 수십 개의 신제품을 내놓는 제과업계가 연구개발(R&D)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제품 개발에 인색한 ‘짠돌이 경영’이 식품업계 끊이지 않는 표절 시비와 모방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001800), 크라운제과(005740), 해태제과, 롯데제과(004990) 등 제과업계 4개사의 1분기 연구개발비 규모는 10억591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 줄어든 수치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규모는 0.03%에 불과하다.

제과업계 ‘짠돌이 경영’…쥐꼬리 R&D 투자

크라운제과의 연구개발 비용은 7712만원으로 제과업계 4사 가운데 가장 적었다. 이마저도 지난해 1분기 집행된 6876만원보다 1000만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해태제과와 오리온은 각각 1억3686만원, 2억6118만원으로 집계됐으며 롯데제과는 5억84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허니 열풍이나 올 초 바나나 열풍 등 소비자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면서 매분기마다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연구개발 규모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제과업체들의 짠돌이 경영은 안 그래도 연구개발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는 식품업계 내에서도 유독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CJ제일제당(097950)농심(004370)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가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비는 미래를 위한 투자인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는 부분”이면서도 “제과업체가 식음료 업계에서 연구개발 투자가 적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색한 R&D 투자…제과업계 경쟁력 멍든다

매출액 대비 1%도 안 되는 연구개발비로는 신제품 개발이 쉽지 않다. 제과업체들의 인색한 연구개발 투자가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기 보다 기존에 출시된 제품을 모방하는 ‘미투(Me too) 상품’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투제품은 이미 어느 정도 소비자 기호가 성립된 제품을 모방해 출시하는 만큼 실패 확률이 낮고 신제품 개발에 들어가는 아이디어 구상이나 시장 분석에 들어가는 비용도 적다. 연구개발비가 제한된 상황에서 제과업체는 다른 선택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2014년 출시돼 식음료 업계 허니 열풍을 불러온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수많은 미투제품을 양산했다. 허니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해 초 오리온은 ‘스윙칩 허니밀크’와 ‘오감자 허니밀크’를 출시했고, 농심은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를 선보였다.

올해도 미투 제품 출시는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바나나 열풍을 불러온 오리온 ‘초코파이 바나나맛’의 미투제품으로 해태제과 ‘오예스 바나나맛’과 롯데제과 ‘몽쉘 바나나맛’이 잇따라 출시됐다. 한 회사가 신상품을 출시해 시장에서 붐을 일으키면 경쟁사들에선 앞다퉈 재료, 모양 등이 유사한 제품을 단시간에, 경쟁적으로 쏟아낸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제품들은 미투 제품으로 포장되고는 있지만 사실 표절이나 다름없다”면서 “모방 제품은 브랜드까지 그대로 따라한 표절 상품과 달리 제재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투자까지 따라주지 않는다면 미투 제품은 근절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장기적으로는 제과업계 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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