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합병 무산`..KT는 약속지킬까

  • 등록 2016-07-06 오전 2:43:47

    수정 2016-07-06 오전 2:43:47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SK텔레콤(017670)CJ헬로비전(037560)의 인수·합병이 불발로 끝나는 분위기다. 아이의 일자리를 걱정하는 아빠로서 이번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불허 문제를 생각해봤다.

SK텔레콤은 5일 입장 자료에서 “인수합병 이후 대규모 콘텐츠, 네트워크 투자 등을 통해 유료 방송 시장 도약에 일조하고자 했지만 좌절돼 유감”고 했다. 콘텐츠 투자는 SK가 CJ헬로비전에대한 인수 방침을 발표하면서 밝혔던 ‘약속’이었다.

달리 말하면 인수합병 후 SK의 투자금(총 5500억 원)이 방송 콘텐츠 업계에 유입된다는 얘기다. ‘응답하라 1988’, ‘또 오해영’ 같은 드라마로 지상파를 위협하는 tvN 같은 매체가 더 생길 수도 있다. 이것만 놓고 봤을 때 미디어 업계에 크리에이터들이 날개를 펴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2011년 12월 종합편성채널 4개사가 출범할 때, 이들은 방송 제작 인력은 물론 방송 신문 기자들까지 흡수했다. 연쇄적으로 일자리 이동이 있었고 에이스 밑에 있던 후배 인력들은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미디어 종사자 입장에서는 이직이든, 승진이든 일자리 선택의 기회가 늘어난 셈이다.

다시 SK텔레콤-CJ헬로비전 얘기로 돌아와 보겠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불허 여부를 떠나 대규모 콘텐츠 투자 계획이 무산되면 어떻게 될까.

누군가 이들과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해줘 케이블 업계는 물론 미디어 업계에 활력을 준다면야 그래도 나을 것 같다. 하지만 부질없는 기대가 될 것 같아 걱정이다.

임헌문 KT Mass 총괄 사장은 지난해 12월 20일 기자 송년회 자리에서 케이블 업계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년이 지나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이 무산된 상태에서도 KT는 이에 대해 아무 언급이 없다.

합병반대를 주도했던 지상파 방송사들도 상황은 어려워 보인다. 가뜩이나 방송광고 시장이 침체에 빠진 상태에서 7조원 가량의 투자가 필요한 초고화질(UHD) 방송을 준비 중이다. ‘제 코가 석자’인 셈이다.

단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려면 국내 미디어 업계의 일자리 창출, 콘텐츠 투자를 위한 비전 제시가 있어야 한다. 혹시 그냥 ‘합병무산’이 목표였다면 무책임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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