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송병락 원장의 싸우지 않고 이기는 '손자병법'

송병락 자유와창의교육연구원장, 인생의 굴곡 전략 지침서
'금수저론 계층간 상처주는 전투에 치중.. 해결 전략 필요"
"개인·기업·국가, 몸을 온전히 유지한 상태에서 이겨야 전승"
  • 등록 2016-06-22 오전 6:00:00

    수정 2016-06-22 오전 6:00:00

송병락 자유와창의연구원장. 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1963년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청년 송병락은 미군 통역장교로 군 생활을 하게 됐다. 같이 복무하는 미군에 비해 한국군의 여건은 봉급은 물론 보급품도 형편없었던 터라 엄청난 열등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평소 전쟁사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송병락은 그때 ‘손자병법’이라는 책을 처음 접하게 됐다. 이후 군을 제대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지만 경제적 여건 등 현지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앞으로 살기 위해서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가야 하는가를 매일 곱씹으며 버텨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략과 전술이었던 것 같습니다.”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겸 자유와창의교육원 원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손자병법(孫子兵法)’이란 책을 접한 계기를 이같이 회상했다.

송 원장은 과거 일본 최고의 자산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났을 때 최고의 책을 추천해달라는 얘기에 ‘손자병법’을 꼽았다고 소개했다. 초등학교 시절 일본 학생들에게서 심한 괴롭힘을 이겨내고 성공한 손정의 회장은 지금도 사업의 전환점이나 어려움에 부딪힐 때는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지침을 찾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 자체가 전쟁.. 전략을 알아야 승자”

“사람들은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전쟁이라고 말합니다. 크고 작은 삶의 전쟁터에서 한결같이 이기는 사람도 있고, 각종 칼을 맞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략을 잘 알고 맞아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송 원장은 “개인, 기업, 국가를 승자로 만드는 전략은 참으로 중요하고 어렵다”고 말했다.

손자병법은 원치 않는 싸움을 피하며 원하는 것을 얻으라고 말한다. 이는 손자병법의 근본 철학이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을 강조한다. 몸을 온전히 유지한 상태에서 이기는 것을 ‘전승’이라 한다. 손자병법 전승 전략의 요체는 ‘싸우지 않고 이기거나 싸우고 이겨야 할 경우에는 상대에게도 피해를 최소로 하라’는 것이다.

손자병법에서 가장 유명한 말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다. 손자는 상대를 모르고 나를 알면 한번 이기고 한번 지며, 상대로 모르고 자신도 모르면 싸움마다 진다고 말한다.

손 원장은 “손자병법이 나온 지 250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세계 최고의 전략서로 대접받는 이유는 손자가 철저하게 실전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조조에 의해 실전에서 검증되고 보강되었기 때문에 더욱 현장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손 원장은 “오늘날 우리가 읽는 손자병법은 조조가 알기 쉽게 풀이한 조조의 손자주”라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서양 최고의 전략서로 꼽히는 것도 그 자신이 초급장교로 시작해 장군이 될 때까지 직접 참여한 수많은 전쟁의 생생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文)무(武)부(富) 조화로운 융합 필요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文)무(武)부(富)의 조화로운 융합이라고 강조했다. 이론이 ‘문’이라면 전략은 ‘무’, 성과는 ‘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부인, 부모와 자식, 직장생활 상사와 후임 등 사회생할에서도 싸워야 하는 적의 관계가 성립된다고 정의했다. 부부는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관계이고, 부자지간에 재산 등을 두고 갈등을 겪는 일도 많다. 회사에서 승진 등 이해관계에서 상사와 동료는 언제든 나의 적이 될 수도 있다.

송병락 자유와창의연구원장. 한대욱 기자
송 원장은 “우리 몸은 면역력이 약해지만 병에 걸리는 것처럼 적은 균형이 깨지면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났을 때 어느 편을 들지를 결정하는 것은 ‘전략’, 기습전을 펼칠 지는 ‘전술’, 실제로 싸우는 것은 ‘전투’라고 본다면 지금 우리는 전략은 생각 안하고 전투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우리사회에 화두가 되고 있는 ‘금수저-은수저’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지금은 계층간 이해관계에 따라 상대에 타격을 주는 전투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 원장은 “우선 말을 하기 전에 남의 입장에서 말을 하고 그 말의 직간접적인 영향, 부작용 등을 모두 감안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감동을 주고 마음을 얻는 것이 전략적 사고”라고 강조했다. 이는 네트워크가 중요한 치열한 지식경쟁 사회에서 혼자만 잘났다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 원장은 지난해 자신이 연구해온 전략이론의 핵심을 담은 저서 ‘전략의 신’을 펴냈다. 그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 미국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 중국의 유명 손자병법 연구가 리링, 베트남의 전쟁영웅 보응우옌잡 등 다양한 인물을 만났다.

그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전략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한국에서는1 대 1 경쟁만을 가정해 ‘싸움의 기술’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지만 세상은 많은 사람이 서로 엮여 경쟁이 얽히고설킨다”면서 “개인과 기업, 국가 모두 전략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각종 전략을 필수적으로 익히며 활발히 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송병락 자유와창의교육원장은… 1939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부총장을 역임했다. 하버드대 초빙교수, 케네디스쿨 연구교수로 재임하며 동아시아아 경제에 관한 강의와 폭넓은 연구활동을 수행했다. 한국개발연구원(KID) 산업정책실장과 국제연합(UN), 세계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14년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시장경제를 교육, 전파하기 위해 설립한 자유와창의교육원 초대 원장을 맡고 있다.

송병락 자유와창의연구원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가진 이데일리 ‘명사의 서가’ 인터뷰에서 중국의 전략서 ‘손자병법’을 추천하고 있다. 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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