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부동산 인기가 높아지면서 오피스텔 공급 물량이 넘치고 있지만, 청약 방식이 투명하지 못해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온라인 공개 청약이 아닌 현장 접수·현장 추첨 방식이 적용되고 있어 청약 미접수 및 청약금 환불 지연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오피스텔로 인한 피해 상담 사례는 2012년 이후 매년 500건이 넘고 있다. 지난해만도 566건이 접수됐다. 이러한 피해 구제 신청은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 급증하는 게 일반적이다. 시장 침체기였던 2013년에는 599건으로 5년래 최대를 기록했다.
청약금도, 환불 시기도 ‘엿장수’ 맘대로
오피스텔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인당 최대 4개 구좌까지 신청할 수 있어 대체로 청약률이 높은 편이다. 그나마 청약 신청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청약금을 별도로 받고 있지만, 청약금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 계약금의 10%를 청약금으로 받는 곳부터 50만원까지 제각각이다. 주택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오피스텔 청약금으로 500만원, 1000만원을 받는 곳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선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100만원, 심지어 50만원 정도 받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계약이 끝나면 당첨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청약금은 환불해 주는데, 언제까지 환불해야 한다는 규정은 따로 없다. 더샵그라비스타의 경우 입주자모집공고에 ‘12월 10일 이후에 청약 접수 시 제출한 환불계좌로 자동이체한다’고 만 돼 있다. 일부 오피스텔은 환불신청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청약금을 돌려주지 않아 청약자들을 애 먹이는 경우도 있다.
오피스텔 분양을 주로 맡고 있는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보통 계약 후 2주 안에 (청약금을) 돌려주는 것이 관례로 이자는 지급하지 않는다”며 “단지 규모가 작은 곳은 자금 융통 목적으로 환불신청서를 쓰게 하는 등 일부러 지연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대단지는 드물다”고 말했다.
무법천지 오피스텔…“온라인 청약 의무화해야”
이번 청약금 환불사태를 빚은 더샵그라비스타도 마찬가지다. 사업 시행사 관계자는 “3만명이 넘는 청약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동명이인이 70명인 경우도 있었다”며 “한명 한명 수작업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30명 정도 환불이 안되고 있다. 이 시행사 관계자는 “신청서 작성 과정에서 불명확하게 기재한 사람들이 많아 환불을 해주고 싶어도 못해주는 부분이 있다”며 “확인이 되면 바로 입금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피스텔 현장 청약의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직장 업무로 바쁜 사람들은 중개업소 등을 통해 대리 청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청약금만 떼이는 사례도 있다. 직장인 박병수(44)씨는 얼마 전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해 오피스텔 청약을 대리 신청했다. 하지만 당첨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은 없었고, 한달이 넘도록 청약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답답한 박씨는 중개업자에 연락을 취했지만 통화가 안됐다. 확인 결과 청약 신청자 명단에 박씨는 없었다. 대리 신청을 해주겠다던 중개업자는 기획부동산으로, 박씨 외에도 몇 명이 같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금융자산학과 교수는 “아파트는 전산 추첨 시스템 도입으로 청약 과정이 투명하지만, 상가나 오피스텔 등은 여전히 청약제도가 투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오피스텔에도 전산 추첨을 의무화해 피해를 입는 소비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