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는 5%대 은행 대출이 거절되면 바로 20%대 고금리 대출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과 정보기술(IT)이 결합하면 10%대 중금리 대출이 충분히 가능하다. 나는 렌딧(LENDIT)에서 대출을 받았고 어머니는 적금을 깨서 렌딧에 돈을 넣은 투자자가 됐다.”
국내 대표적인 P2P(개인간) 대출업체 가운데 하나인 렌딧을 이끌고 있는 김성준(32·사진) 대표는 금융과 IT가 합쳐질 때 대출자와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렌딧이란 회사명도 대출(LEND)에 IT가 더해져 탄생했다. 렌딧을 통해서 은행과 같은 금융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돈을 빌려주고 빌릴 수 있다.
렌딧의 출발은 김 대표 자신이 은행권 대출을 거절당하면서부터였다. 카이스트 학부 재학시절 스타트업계에 발을 들인 후 몸담았던 회사를 미국 인텔사에 성공리에 매각한 그였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2011년 자신있게 소셜커머스 회사를 창업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투자금마저 바닥 나 대출시장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은행에서 돌아온 대답은 ‘신용정보가 부족해 불가능하다’는 말이었고 아쉬운대로 찾은 저축은행에서는 20% 이상 고금리를 불렀다. 10%대 금리는 어디서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미국 P2P업체 렌딩클럽에 온라인으로 대출을 신청했더니 7%대 금리가 나왔다. 무릎을 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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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딩클럽이 성공리에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가능성은 이미 검증받은 터였다. 스탠포드대학원 동기이자 삼성화재에서 보험심사모델 개발 경력이 있던 박성용 이사, 대출자산 운용업무를 맡았던 김유구 이사와 의기투합해 지난해 5월 첫 상품을 출시했다. 렌딧은 대출자에게는 10% 내외의 중금리 대출을 신속하게 해준다. 신용평가사로부터 받는 250여가지의 고객정보와 SNS의 소셜데이터, 자사 사이트에서의 행동분석 등을 모두 분석해 20단계로 고객등급을 세분화한다. 기존에 1금융권에서 소외받았던 4~6등급의 고객들이 주요 대상이다. 금리도 20~30%대 2금융권 대출보다 훨씬 저렴하다. 오프라인 지점비용도 없고, 직원도 15명이 전부인 구조 덕이다.
또 투자자에게는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자동 분산투자를 만들어 리스크를 최소화시킨다. 예컨대 수 십건의 대출채권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그중 1건이 손실이 나도 투자수익률에는 최소한의 위험만을 전가하는 것이다.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6.5~8.5%로 웬만한 펀드보다 높다. 이에 고금리에 허덕이던 사람들이 대거 렌딧으로 갈아탔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통해 흘러들어온 투자자들로 5회까지 모집한 38억원은 순식간에 마감됐다. 5일 기준 대출은 368건, 규모는 61억원이다. 월평균 200% 이상 성장세다.
렌딧의 궁극적인 목표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정교한 대출심사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P2P업체의 능력은 고객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올해 말까진 데이터 축적기간으로 잡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출심사모델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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