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를 포함해 삼성, 현대차(005380), SK(034730), LG(003550) 등 국내 5대 그룹이 모두 배터리 사업 키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기존 주력사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GS, 中 진출로 배터리 소재 사업 활로 모색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에너지는 지난달 중국 배터리 소재 전문기업인 북경당승과기(北京當升科技)와 양극재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극재는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다. 특히 양사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방식의 양극재 공동 개발 및 시장 개척에 주력하기로 했다.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가 완료되면 동일한 지분율로 출자해 중국에 합작사를 설립키로 합의했다. NCA 양극재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적합해 전기차용 소형 배터리 제조에 활용된다.
GS에너지가 중국 시장 공략 강화에 나선 것은 배터리 소재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GS에너지는 양극재를 생산 및 판매하는 GS이엠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실적은 기대 이하다. GS이엠은 최근 수년 간 적자를 기록 중이며 올해 상반기에도 7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기술 개발 및 신시장 개척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GS에너지 관계자는 “중국 내 NCA 양극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관련 기술력을 갖춘 현지 기업과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현재는 시장 조사 단계로 향후 합작사 설립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하면서 ‘자동차용 전지’를 포함시켰다. 2020년이 되면 자동차용 전지로 12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현재, 삼성SDI(006400)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2위를 다툴 만큼 경쟁력을 키웠다. 또 배터리 분야는 삼성은 물론 현대차와 SK, LG, GS 등 국내 5대 그룹이 공통적으로 육성하는 신수종 사업이 됐다.
LG화학(051910)은 삼성SDI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중국 난징과 시안에 공장을 건설 중이며 연내 완공된다. 이미 확보한 물량도 충분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도 현대모비스(012330)를 앞세워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팩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LG화학과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2012년 충주에 710억원을 들여 공장을 지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7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배터리 사업에 매진하는 이유는 기존 주력사업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에 쫓기는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와 전자 사업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차와 LG도 마찬가지다. SK와 GS는 유가 하락에 수요 둔화까지 겹쳐 실적 개선이 요원한 상황이다.
반면 배터리 시장은 앞길이 창창하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친환경 바람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은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프로스트앤설리번은 2020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규모가 5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 또한 보수적인 추정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5대 그룹 모두 더 이상 돈을 벌어들일 데가 없다는 공통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며 “아직은 미개척 분야에 가까운 배터리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