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경남기업 수사가 금융권으로 확산되면서 온갖 잡음이 무성하다. 금융감독원이 채권은행을 압박해 특혜 대출을 이끌어 냈다는 둥, 신용평가사들은 경남기업의 압력에 굴복해 특혜성 신용등급을 부여했다는 둥 일방적인 주장들이 난무한다.
금융인들은 혀를 찬다. 무서워서가 아니다. 검찰의 금융 이해도에 어이가 없어서다.
먼저 금감원의 경남기업 채권은행 압박설(?)부터 짚어보자. 호황때 과자라도 사 먹으라고 돈을 빌려주는 은행은 불황때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빌려준 돈을 갚으라 한다. 흔히 ‘비 올 때 우산 빼앗기’로 표현하는데, 은행이 나빠서라기보다는 부실 자산을 줄여야 하는 금융자본의 속성이 원래 그렇다.
이런 행위가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면, 앞으로 은행의 상환압박으로 기업이 무너지고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책임은 검찰이 져야 한다.
검찰은 또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에 들어간 경남기업에 특혜성 신용등급을 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에 부여하는 ‘CCC(채무불이행 위험이 커 매우 투기적)’ 등급이 아니라 ‘BBB-(원리금 지급 능력 양호. 장래 지급 능력 저하 가능성 내포)’ 등급을 준 것이 문제라는 것.
경남기업이 지난 2009년 1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은 맞다. 그러나 기업이 채권은행에 신청하는 통상적인 워크아웃은 아니었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이 구조조정 대상자를 선별, 기업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들어갔던 워크아웃이었다. 당시 신평사들은 새로운 형태의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 기준이 없었다. 경험이 일천한 탓에 자본시장의 변화를 반영해 매번 새로운 평가기준을 만들어내야 했던 것이다.
기업이 스스로 워크아웃을 신청했을 때는 사실상 정상화 노력을 해볼 만큼 해본 상황이기 때문에 곧바로 신용등급을 ‘CCC’로 내리면 되지만, 정부가 일괄적으로 워크아웃 대상으로 엮었을 때는 스스로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이를 두고 워크아웃 기업의 등급을 왜 ‘CCC’로 떨어뜨리지 않고 특혜를 줬느냐는 검찰의 논리는 회사채 시장 생리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경남기업이 전 정권과 유착한 비리가 있다면 단연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나 수사는 정교하고 전문적이어야 한다. 부관참시(剖棺斬屍), 아전인수(我田引水), 침소봉대(針小棒大)가 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