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주로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나 월세 수익을 기대하는 은퇴를 앞둔 50대 후반 베이비부머 세대다. 최종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은 자금 여유가 있는 베이비부머였지만, 며칠 뒤 예비부부도 작은 평수 아파트 매입 소식을 중개업소를 통해 전해 왔다.
집이 팔려나가고 있다. 전셋값 급등에 수년간 시달려온 세입자들이 하나 둘 매매로 돌아서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자 은행 예·적금 금리로는 수익을 얻기 힘들어진 자산가들도 투자 상품의 하나로 주택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같은 매수 심리에 불을 당긴 것은 최근 발표된 부동산 지표들이다. 각종 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거래가 늘면서 집값도 오름세다. 시장이 투자 수요 아닌 실수요자 위주로 바뀌면서 집값 상승률은 크지 않지만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주목할 만하다. KB국민은행 시세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2010년 이후 4년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지난해 1.09%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올해도 1월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15%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도 0.18% 상승했다.
아파트 청약시장도 열기를 내뿜고 있다. 지난달 말 청약을 받은 서울 마곡지구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 마스터’ 아파트의 경우 일반분양 820가구 모집에 2만2635명이 몰려 27.6대 1의 평균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최근 분양된 경남 ‘창원가음 꿈에그린’(185.5 대 1)과 대구 ‘만촌역 태왕아너스’(155 대 1) 등 지방 아파트들도 10 대 1을 웃도는 높은 청약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수요자들이 주택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전셋값 부담이 커진 탓도 있지만, 더 이상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바닥 인식이 확대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