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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군가의 한 가락이다. 조교의 우렁찬 군가 선창에 훈련병들은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른다. 군인들은 이동할 때나 행군할 때, 구보할 때 군가를 함께 부른다. 발걸음과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군가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박자에 맞춰 따라 부르면 대열을 이룬 장병의 걸음과 팔을 휘젓는 동작이 통일된다. 특히 군가를 따라 부르다 보면 아들을 보낸 고향땅 부모님과 형제의 모습이 떠오른다. 고된 훈련을 견디겠다는 의지와 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사회로 나가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몸 가짐이 군인다워지고 정신 무장도 탄탄해진다.
지난해 5월 국방TV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트로트, 발라드, 민요, 군가 등 다양한 장르에 맞춰 장병들을 제자리 행진하도록 한 것. 결과는 놀라웠다. 트로트, 발라드, 민요에 맞춘 장병들의 팔 동작과 발걸음은 몇 초를 버티지 못하고 흐트러졌다.
반면 군가에 맞춘 장병들은 일제히 같은 동작으로 군가를 끝까지 부를 수 있었다. 대부분의 군가가 2/4박자, 4/4박자를 채택하는 이유다. 악상기호도 ‘힘차고 결의에 찬’ ‘씩씩하게’ 등으로 표현된다. 비록 과학적인 실험은 아니었지만 군가의 능력을 재발견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전세계의 군이 군가를 정신전력 강화의 기본 수단이자 결속의 매개체로 이용하는 이유다.
최초의 현대 군가, 1946년 손원일 제독 부부가…군가 수 2015년 현재 274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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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군가는 봇물 터지듯 나오기 시작했다. 창군기부터 1950년대까지 60곡, 1960년대 41곡, 1970년대 49곡의 군가가 만들어졌다. 이후 1980년대에는 65곡, 1990년대 22곡, 2000년대 이후로는 37곡의 군가가 탄생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15년 1월 현재 군가의 수는 총 274곡에 달한다. 군 당국이 여단급(대령~준장급 장교) 이상 부대장이 부대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 새 군가를 만드는 데 큰 제약이 따르지 않는 까닭이다.
‘여군 1만명 시대’ 군가 수정 논의도…육군 ‘육군가’ 개사할 방침
지난 21일 열린 ‘군 문화정책 관계자 회의’에서 각군 관계자들은 현재 등록된 군가의 현황을 취합했다. 결과적으로 군가 총 274곡 중 44.5%인 122곡이 남성용 군가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군만을 위한 군가는 단 2곡 뿐이었다. 국방부 주재로 육·해·공군 해병대 등 각 군 관계자들은 △남녀 공통 군가 △상황에 따라 개사해 부를 군가 △반드시 수정해야 할 군가로 분류하는 방안에 대해 토의했다. 그러나 결국 회의는 현 상황을 인식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일부 여군은 현행 군가의 ‘사나이’ ‘아들’ 등 표현에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육군은 ‘육군가’의 일부 가사를 수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가 중 “대한은 아세아의 빛. 화랑의 핏줄타고 자라난 남아. 그 이름 용감하다.”라는 구절이다. 아세아의 빛을 ‘온누리’로 남아를 ‘용사’ 또는 ‘건아’로 수정하는 방안이 나왔다. 우리 군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여군도 육군가에 공감하고 부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배려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는 “여군이 늘어나는 가운데 현재 군가에 대한 각 군의 인식 수준을 파악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군가가 가진 힘을 유지하는 가사 수준에서 변화가 돼야 군가를 부르는 맛이 나고 장병의 사기도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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