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의 달인, 직구토크]"집은 향기로 판다"

랩으로 하수구 막아 악취 제거
커피, 식빵향 방향제 효과 좋아
빌라는 '전봇대 광고' 효과가 최고
  • 등록 2014-03-07 오전 7:55:23

    수정 2014-03-07 오전 7:55:23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지난해 부모님의 반대에도 결혼을 강행했던 김씨(34)는 신혼 전셋집을 덜컥 계약해 버렸다. 안타깝게도 부모의 반대를 꺽지 못해 결혼에 실패하자, 할 수 없이 전셋집을 다시 내놨다.

하지만 겨울철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집을 보러 오는 발길이 뚝 끊겼다. 공동 난방이 되지 않는 2층 단독 주택이라 사람이 살지 않아도 보일러를 켜놓으며 관리를 해야 했다. 심지어 수도관이 동파돼 수리비까지 들었다. 매달 나가는 관리비에 난방비까지 답답한 노릇이었지만 도통 집이 나가질 않았다. 부동산 중개인은 이사철인 봄이 올때까지 기다려야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몇번 계약을 하겠다는 사람은 있었지만 번번히 성사되지 않았다”며 “전세 계약을 할 때는 물건이 없어 고생을 했는데 정작 내 물건을 내놓으니 왜 이렇게 안 나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욱 끔찍한 일은 지방에 사는 이모(45)씨에게 일어났다. 전세로 줬던 집의 세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고인에 대한 애도도 잠시, 그는 동네에 소문이 나면서 6개월 이상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하소연을 했다.

안 가는 전세집 때문에 속앓이를 했던 이들.과연 이들의 마음 고생은 운이 나빠서였을까. 사람들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왜 내 부동산만 안 나갈까.’

이번주 ‘직구토크’의 주제는 ‘부동산 잘 사고 잘 파는 법’이다. 부동산 매매도 전략이다. 철저의 나와 상대방의 협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문상철 세종경매자산관리 대표(왼쪽), 이여정 케이알에이엠 자산관리 연구소 대표 [사진=방인권 기자]
지난 5일 서울 한남동 N카페에서 부동산 매매의 달인들과 ‘직구토크’를 진행했다. ‘경매 바이블’의 저자 문상철 세종경매자산관리 대표, 최신작 ‘여자의 지갑’의 저자 이여정 KRAM 대표가 이날의 초대 손님들이다. 20년 가까이 부동산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은 “부동산을 사느냐 마느냐의 판단은 단 12초만에 결정된다”며 “첫 인상을 좌우하는 4초만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도 첫 인상이 중요…매매를 좌우하는 결정적 4초

▶성선화 기자(이하 성)=부동산 거래는 살아난다는데 ‘왜 내 집은 안 나가냐’고 하소연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부동산 매매에도 노하우가 필요한 것 같다.

▶문상철 세종경매자산관리 대표(이하 문)=물론이다.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가 벌어진다. 일반인들이 모르는 ‘비기’를 소개한다. 집은 ‘향기’로 파는 것이다. 집 보러 온 사람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는 불과 4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나머지 시간들은 그냥 훑어보는 것이다. 집도 첫인상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성=집을 향기로 판다는 게 무슨 말인가.

▶성=사람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실이 빈집에서 나는 ‘퀘퀘한 악취’다. 집을 잘 팔려면 집안의 악취를 유발하는 3곳의 냄새를 제거해야 한다. 먼저 하수구다. 랩으로 하수구를 막아 시궁창 냄새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 다른 곳은 싱크대다. 싱크대와 연결된 물내려가는 호스를 제거해야 한다. 싱크대로 물이 내려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베란다의 물 빠지는 개수구다. 베란다는 다른 집에서 올라오는 악취의 주범이다. 집에서 물을 내일 수 있는 곳은 화장실 변기 한 군데만 가능하게 해야 한다.

▶성=실제로 효과가 있나. 상당히 흥미롭다.

▶문=다년간 집을 팔아본 실전 경험에서 나온 필살기다. 화룡정점은 방향제다. 신발장 위에 커피나 식빵 향이 나는 향수를 놓아야 한다. 식빵 향은 국내에선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경험적으로 이 두 가지 향이 가장 효과가 좋았다. 다만 너무 강한 향보다는 은은한 향이 낫다.

집안의향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밝기’다. 집을 잘 팔려면 무조건 밝게 해둬야 한다. 이를 위한 한 가지 팁을 알려준다면, 집안의 모든 전등을 다 켜두는 것이다. 대신 두꺼집의 전체 전원 스위치는 내려둔다. 누군가 집을 보려 왔을 때 전원 스위치만 올린다. 어두웠던 집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여정 KRM 대표(이하 이)=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인테리어다. 많은 비용을 들이는 거창한 인테리어가 아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품을 활용해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조화와 시계 등 작은 소품 등을 적극 활용한다. 조화도 크기별로 활용하는 게 좋다. 어둡고 칙칙하기 쉬운 구석에 키가 큰 조화를 놓아두면 집안이 밝아지는 효과가 있다. 또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급스러운 뻐꾸기 벽시계를 달아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들 소품이 아까운 게 아니다. 집이 팔리면 다른 집에 쓸 수도 있다.

▶문=아파트, 빌라, 상가 등 종류에 따라 잘 파는 기술도 다르다. 단독 주택의 경우 외관이 중요하다. 빌라, 아파트와 달리 멀리서 걸어오는 순간부터 첫 인상이 결정된다. 벽에 금이 간 집은 절대 팔리지 않는다. 깔끔하게 페인트 칠을 해 외관을 꾸며야 한다. 사실 단독 주택의 내부는 수리를 결정하고 집을 보러 오는 이들이 많다. 어차피 수리를 해야 하기에 매수자 입장에서 큰 변수가 아니다. 하지만 외관 수리를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단독주택은 외관으로 승부해야 한다.

▶성=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인테리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지방에 소형 아파트를 낙찰 받았는데, 빗물이 세는 바람에 수리를 했다. 생각보다 수리비가 많이 들었다. 인테리어를 잘 하면 집값도 오르고 잘 팔린다는 것도 알겠지만 비용은 부담스럽다.

▶이=주거용 부동산일 경우 인테리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내가 직접하는 방법과 모든 작업을 다 직접 작업하는 한사람에게 맡기는 방법이다. 인테리어 비용은 가장 큰 비중이 차지하는 게 인건비다. 흔히 벽지, 바닥, 싱크대 등 각각의 작업을 따로따로 진행한다. 도배 장판을 하는 사람, 화장일 타일 붙이는 사람, 싱크대 교체하는 사람 등 각각 다른 업체에 아웃소싱을 준다. 이렇게 되면 비용이 많이 든다. 이들 작업을 한 사람이 하도록 하면 비용 측면에선 훨씬 절약된다.

중개사를 너무 과신하지 마라…최소 50군데 부동산에 내놔라

▶성=지금까지는 세입자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만약 집에 세입자가 살고 있는 경우는 어떤가. 집 주인 마음대로 보여줄 수도 없고 인테리어를 할 수도 없다.

▶문=그럴때는 세입자에게 특별히 부탁해두는 게 좋다. 특히 신발장에 신발이 가지런히 있고 정리돼 있는 게 중요하다. 세입자들에게 신발장만이라도 정리 정돈을 잘 해달라고 얘기를 해야 한다.

▶성=이럴 때도 집의 종류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이=빌라는 부동산 보다도 직접 붙이는 전단지를 활요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빌라 같은 서민들의 실거주 수요가 많은 주택은 실질 매입 의사가 중요하다.

▶성=길 거리에서 부동산 매매 전단지를 본 적이 있는데, 저걸 보고 누가 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그래서 중요한 것이 광고 문구다. 보통 ‘빌라 매매, 가격, 방수, 올수리’ 등 문고를 넣는다. 하지만 이런 문구 보다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문구로 바꾸는 게 낫다. 예를들면 ‘신혼부부가 살기 좋은 곳’ ‘주인 직접 거래, 부동산 사절’ ‘전원주택 같은 아담하고 예쁜집’ 등이다. 부동산 매매를 오래하다 보니 ‘어떤 집이든 주인은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부동산은 인연이다. 그때 그 순간의 상황이 결정의 변수가 된다. 부동산 복비가 ‘복비’인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사람의 ‘부동산 복’이 있다.

▶성=그렇다면 상가는 어떤가.

▶문=상가도 종류가 다양하다. 분양 상가, 단지 내 상가 등이ㅏㄷ. 그중 가장 흔한 것이 분양상가다. 상가를 팔 때는 임차인이 살아야 나도 산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상가의 경우 외관에 붙이는 광고가 가장 효과적이다. 상가 투자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싸게 나와서 시세 차익을 노리기 위해 투자하는 방법. 업종에 맞는 상가를 찾아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 상가의 가격은 수익률로 결정된다. 공실은 상가 투자의 최대의 적이다.

부동산 매매도 결국 심리전이다.

▶이=부동산 중개인을 너무 과신해선 곤란하다. 이들이 나를 위해 일한다는 착각은 금율이다. 주거용 부동산일 경우는 전속 중개보다는 파는 부동산 부근으로 최대한 많은 부동산에 내 놓는 것이 좋다.

최근 부동산 중개는 매도와 매수의 양쪽에서 공동 중개로 진행된다. 손님을 대는 부동산이 있고, 물건을 대는 부동산이 있다. 이 때문에 모든 부동산에 다 공개하는 게 유리하다. 전속을 맺는 것은 공인 중개사에게 물건을 하나 준 것에 불과하다. 최대한 많은 부동산에 내놓아야 한다. 국토해양부가 운영하는 ‘온나라’ 사이트에 가면 공인중개업체들의 연락처가 나와있다. 최소한 50군데 정도의 부동산에 내놓는 게 안전하다.

▶성=집을 잘 파는 법이 있다면, 잘 사는 법도 있을 것 같다. 전세집을 잘 하는 방법도 있나.

▶문=전세집을 구할 때도 마찬가지다. 보다 많은 정보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너무 빨리 부동산 매매를 결정해 버린다. 집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은 최소 한 달 전부터 인근 부동산에 작업을 해놓을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 하기 마련이다.

▶성=협상에선 심리전이 중요하다. 부동산 매매도 비슷하다.

▶문=그렇다. 협상을 잘 하려면 시간과 금액에 쫒겨서는 안 된다. 급하고 조급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경매에서 명도 소송을 하는 이유는 진짜 소송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협상의 우위를 잘 하기 위해서다.

▶이=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또다른 팁은 공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것이다. 인간적 관계로 접근해선 안 된다. 내가 양보하면 저 사람이 알아주겠지라는 순진한 생각도 버려야 한다. 협상은 작은 전쟁이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사전에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자신의 집에 대한 세일즈 포인트를 정하고 장점은 살리되, 단점은 죽여야 한다. 단점은 상대방이 지적하기 전에 먼저 얘기를 꺼내는 게 좋다.

▶문=어차피 제로섬 게임이다. 팔아야 되는 이유와 사야 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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