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의 전쟁]기재부 따로 복지부 따로..금연정책 '나몰라라'

건강증진기금 금연사업 예산 6년새 3분의 1 토막
기재부 담뱃값 인상·경고그림 도입 발목 잡아
기재부-복지부 이원화된 규제 체계 일원화 필요
  • 등록 2014-02-27 오전 7:30:00

    수정 2014-02-27 오전 8:38:49

[이데일리 김재은 박보희 기자] 흡연자들은 한해 담배를 피우는 대가로 수조원에 달하는 세금과 각종 부담금을 국가에 낸다. 그러나 흡연 피해를 방지하고, 금연사업을 시행하는 예산으로 활용해야 할 이 돈은 구멍난 국가 재정을 메우는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다. 정부가 흡연율이 낮아질 경우 세수가 감소할 것을 우려해 금연정책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금연사업 예산 6년새 3분의 1 토막

흡연자들이 담배 1갑당 354원씩 내는 건강증진부담금은 국민건강증진기금 재원의 75%를 차지한다. 그러나 학교 흡연예방교육, 군인·전의경 금연 지원 등 금연사업 예산은 1~2%대에 불과한데다 이나마도 매년 감소 추세다. 2008년 312억원이던 금연사업 예산은 2014년 115억원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올해 사업예산(9026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3%에 불과하다.

반면 전체의 34%(3036억원)는 의료기기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 예산이나 질병관리본부 기간제 근로자 인건비, 국립중앙의료원 손실 보전 등 기금 목적과 무관하거나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곳에 쓰였다. 국민건강진흥법은 이 기금을 금연교육·광고 등 흡연자를 위한 건강관리사업에 우선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올해 청소년 금연 캠페인 광고비로만 1240억원(1억1500만달러)을 투입한다.

이복근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사무총장은 “담배세(641원)에서도 흡연자를 위해 쓰는 돈이 1.2%에 불과하다”며 “최소 30%는 흡연치료 등 금연대책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일원화된 금연정책으로 흡연율 ‘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흡연율을 자랑하며 ‘흡연자들의 천국’으로 불렸던 프랑스는 정부의 강력한 금연정책에 힘입어 흡연율이 크게 떨어진 대표적인 국가다.

프랑스는 2003년 ‘병폐(암)와의 전쟁(The Cancer Plan)’을 선언하고 흡연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강력한 금연정책을 실시했다. 2003년 1월부터 1년간 담배가격을 무려 40% 인상해 담배 판매를 35%나 끌어내렸다. 이를 위해 프랑스는 재무부와 보건부로 나뉘어져 있던 담배 규제와 담뱃세 및 주(酒)세 부과 권한을 보건부로 일원화했다. 2010년 기준 프랑스의 남성 흡연율은 26.4%로 우리나라(40.8%)보다 훨씬 낮다.

담뱃값 인상은 가장 강력한 금연정책이지만 번번이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발목이 잡혀 10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기재부는 담배 소비세로 매년 6조원에 육박하는 세금을 거둬들인다. 담배 소비세를 올려 담뱃값을 인상한다 해도 결국은 세수 감소로 이어져 반가울 리 없다.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청소년 흡연 예방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담뱃값 경고그림 도입이 기재부 반대로 수년째 지지부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영호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담뱃값 인상률이 물가상승률과 소득수준 증가율보다 높아야 흡연율을 끌어내릴 수 있다”며 “담뱃세 부과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에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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