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th SRE]한진해운, 얼마나 어렵기에..

[워스트레이팅]1000억 못 구해 ‘아쉬운 소리’
  • 등록 2013-11-13 오전 7:00:00

    수정 2013-11-13 오후 6:14:02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한진해운이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한항공에 손을 내밀었고 1500억원을 지원받았다. 그동안 한진그룹과의 계열 분리를 추진해왔던 한진해운으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었던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달리 방도가 없었다.

위태롭게 버텨왔던 한진해운이 11월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 1050억원 때문에 대한항공에 지원을 요청했다. 국내 1위 해운사가 당장 1050억원을 융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의 1500억원 지원으로 한숨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크레디트 업계의 우려는 더 커졌다.

11월 CP 만기가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12월에만 또다시 850억원 규모 CP 만기가 돌아오고, 해가 바뀌어 내년이 되면 갚아야 할 회사채 규모가 3900억원에 이른다.

대한항공의 지원 소식이 전해지기 전에 진행된 18회 SRE에서도 이미 한진해운에 대한 우려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응답자 111명 가운데 37명(33.33%)이 지금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인 ‘A- 부정적’이 적정하지 않다고 답한 것이다. 워스트레이팅 기업 중 2위로 지난 17회 SRE(워스트레이팅 공동 12위)보다 무려 10계단 상승했다.

외부 지원에도 재무상황 “글쎄”

대한항공에 지원을 요청하기 전부터 한진해운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열심이었다. 2011년 이후 295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항만장비 매각, 컨테이너 운임채권 유동화, 컨테이너박스 세일즈앤리스백(Sales&Lease Back) 등으로 최대한 자산을 유동화했다.

그럼에도 재무상황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지난 7월 계열사인 한진해운신항만의 재무적투자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685억원을 확보하는 등 자금을 마련했지만 11월 CP 만기를 막기 위해 대한항공으로부터 150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로도 충분치 않아 국내외 터미널 지분 매각, 사옥 매각 등 방안이 나오면서 유동성 확보안이 계속 나오고 있다.

4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다. 자체 신용도로는 영구채 발행이 어려운 상태라 금융기관의 보증이 필요하지만 금융기관 역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이 2억달러를, 하나·우리은행이 각 1억달러를 보증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모두 ‘아직’이라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산업은행과 하나은행은 그나마 호의적이지만 우리은행은 대출 비율에 따라 보증을 서는 안을 주장하고 있다. 대출이 있는 은행 모두가 보증 서자는 것이다. 한진해운의 금융권 대출 규모는 제2금융권을 제외하고 1조여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6300억원, 농협(1000억원), 부산은행(800억원), 우리·하나은행(각 550억원), 국민은행(450억원), 외환은행(410억원) 등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조차 보증서길 꺼려할 정도로 기업의 상황이 안 좋은데 다른 은행이 선뜻 나서서 보증을 서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한진해운의 상황에 관심을 보이면서 다른 금융기관의 보증 등 제3의 방안으로 영구채 발행이 성사될 수는 있다. 그러나 당국이 이를 강제할 수 없어 금융기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영구채 발행이 무산될 경우 유상증자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공모 방식은 어려운 상황이다. 업황 부진, 열악한 재무구조 등으로 연초 1만345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1월1일 종가 기준 7360원으로 뚝 떨어졌다.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유력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진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를 추진했던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지분변화를 감수하고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과 그외 우호지분은 2218만여주,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등의 지분은 1201만여주다. 시장은 이 상황에서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유상증자의 최대 주식 수는 1000만주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경우 한진해운홀딩스의 주가는 10월 말 기준 5330원으로 지원 규모는 최대 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연료값 오르는데 매출 감소

한진해운은 매출 85% 이상을 컨테이너선에 의존한다. 컨테이너 운임이 올라야 수익이 개선될 수 있지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CCFI)는 지속적으
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선사 간 공조 등으로 잠시 1330포인트를 넘었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10월25일 기준 주간 CCFI는 1000선을 밑돌며 운임 상승에 대한 기대도 낮아졌다.

비용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연료로 사용하는 벙커-C유 가격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1톤(t)당 230달러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급격히 올라 1톤당 60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벌어들이는 돈은 적고 높은 비용 부담은 유지되니 수익성 악화는 당연한 수순이다. 2011년 5145억원, 2012년 1435억원 2년 동안 지속된 대규모 영업손실은 자기자본을 2조7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 수준으로 반토막 냈다. 상반기에도 별도기준 영업적자가 1450억원에 이르렀다.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차입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한진해운의 상반기 말 총차입금은 8조7160억원으로 이 가운데 단기성 차입금은 2조9000억원에 달한다. 2006년 이후 선박투자를 확대하면서 인도일 기준으로 2011년 16척, 지난해 7척의 크고 작은 선박을 인수했다. 올해에도 19척 인수가 예정됐거나 이미 인도했다. 실적이 양호했던 2010년에는 1조원에 달하는 선박투자 자금을 감당할 수 있었지만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투자는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한진해운의 수익성이 단기간 내에 좋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어렵다. 세계 8위로 원가 경쟁력에서 밀리다보니 해운 업황이 회복하더라도 수혜를 입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무한경쟁 돌입… 살아남을 수 있나

현재 해운업계는 2008년 유럽연합(EU)이 해운동맹 인정제도를 없앤 이후 경쟁강도가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컨테이너 선사 간 동맹에서 수요 대비 더 많은 선박 공급량을 조절했고 운임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동맹 이후 해운업계 점유율 15%를 차지하는 머스크 등 선도업체가 운임을 정하는 대로 다른 업체가 따라가는 시장 구조가 됐다.

선박 대형화로 원가 경쟁력을 갖춘 머스크 등 상위 선사는 낮은 운임에도 흑자로 전환해 영업이익을 늘려가고 있다. 이에 비해 머스크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한진해운은 저가 경쟁에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머스크 등은 1만8000TEU가 넘는 초대형 선박을 들여오며 규모의 경제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섣불리 선박 대형화를 위한 투자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재무구조가 악화될대로 악화돼 당장 회사채 등 차입금을 막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게다가 머스크가 세계 2, 3위 컨테이너 선사인 MSC, CMA-CGM이 손잡고 ‘P3’라는 초대형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 것도 한진해운을 옥죄고 있다. 공동운영 항로는 아시아-유럽, 아시아-북미, 대서양 항로 등 3개로, 이 가운데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P3네트워크의 선복량은 46%에 달한다. 공동 네트워크 출범 이후 운임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이들과의 경쟁이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쯤 되면 한진해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2006년 이후 끊임없이 계열분리를 시도하던 대한항공에 손 벌린 일 자체가 한진해운의 현 상황을 대변한다.

구원투수 정부 등판할까

자연스레 시장의 이목은 정책금융에 쏠리고 있다. 세계의 주요 해운사인 머스크, 코스코 등이 각국에서 신용대출 등으로 직·간접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자산관리공사의 선박매입이나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 외에 해운업계를 위해 나온 대책은 아직 없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도 오리무중이다. 해운업계의 기대를 모았던 ‘선박금융공사’는 사실상 무산됐다. 특정산업에 대한 지원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운보증기금을 설립하는 방안 또한 아직 구체화되지 못했다. WTO의 제소를 피하려면 민간 출연금의 비중이 절반 이상 돼야 하는데 자금난을 겪는 해운업계가 갹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SRE 자문위원은 “내년까지 차환은 가능하겠지만 실적이 크게 턴어라운드하지 못한다면 재무여건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며 “해운업이 국가경제에 필요한 산업인지, 지원해야 하는 이유를 따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정부가 경영 참여까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8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8th SRE는 2013년 11월13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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