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홍칼럼] 여야는 왜 늘 싸우는가

  • 등록 2013-08-22 오전 8:00:00

    수정 2013-08-22 오전 8:07:53

[황주홍 민주당 국회의원] 강진군수 시절의 군정 구호가 ‘정직, 친절, 화합은 강진의 자본입니다’였다. 화합이야말로 강진(경제) 발전의 제1 조건이라고 얘기했었다. 만날 부부 싸움하는 가정이 잘될 수 있겠느냐며, 싸우면 가난해지고 화합하면 부유해진다고 강조했다. 우리끼리 싸우는 대신 강진의 가난과 맞서 싸우자고 호소했다. 신뢰·화합·협동이 토지·기계·자금을 능가하는 경제 발전의 사회 자본(social capital)이라는 나름의 근거도 제시했다.

무릇 집안 싸움하는 나라치고 성한 나라가 없다. 동서고금의 역사다. 국회에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본회의장에서의 여야간 싸움이다. 새누리당 의원이 발언대에 서면 민주당에서, 민주당 쪽이 서면 새누리당 쪽에서 상상하기 힘든 저질 야유와 막말과 고함이 난무하는 본회의장 풍경에 나는 도무지 적응할 수가 없다.

강진 군의회에서도 전혀 없었던 막장 정치가 신성하다는 ‘민의의 전당’에서 난무하고 있다. 발언자에 대한 야유와 함성이 마침내 여야 의원들 간의 편싸움으로 뒤범벅되는 본회의장 정경은 부끄럽고 슬프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이 상습적 야유와 막말이 하나 마나 한 짓으로 아무 소득이 없다는 사실이다. 발언대에서 하는 발언은 방송이 되지만, 야유와 막말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중계되지도 않아서 말 그대로 본회의장이라는 ‘찻잔 속의 소란’에 그치고 만다. 야당 의원의 야유와 막말에 여당 의원이 반성할 리 없고, 여당의 야지와 폭언에 야당이 굴복할 리 없기 때문에 저질 행동의 실익이 없다. 공연히 입만 지저분해지지 않느냐는 거다.

왜 여야 의원들은 상대 당 동료 의원의 말을 경청하지 못할까. 자신들의 야유와 저질 막말이 국민들에게 생중계되거나 알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심판이 안보는 데서 상대 선수에게 발길질하고 심지어 침까지 뱉는 일부 스포츠 경기와 다를 게 없다.

더 큰 이유는 습관성인 것 같다. 욕하고 야유하고 고함지르는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언행을 인내하지 못하는 버릇이랄까, ‘교양’ 때문인 거다. 상대를 원수처럼 생각하는 것 같고, 자기와 자기 편만이 옳다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의식에서 비롯되는 것 같기도 하다.

본회의장이 이러니 다른 곳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국정조사장도 마찬가지고, 상임위장도 마찬가지고, 자기 당끼리 하는 의원총회도 별 차이 없이 마찬가지다.

참 이상한 일이다. 표를 쥐고 있는 국민들은 압도적 절대 다수가 정치권의 여야 싸움에 넌더리를 내고 신물을 내고 있다. 그런데도 싸우는 거다. 싸우면 국민 눈 밖에 나는 데도 싸우니 기가 찰 일이다.

누가 더 잘하고 누가 더 못할 것도 없다. 난형난제고 피장파장이다. 싸워대는 사안에 따라 어느 한쪽에 조금 더 명분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만, 둘이 똑같으니까 싸우는 거다. ‘한물에 씌인 고기’이지만, 어느 한쪽이라도 먼저 양보하고 져준다면 국민의 지지와 찬사가 폭발할 것이다.

국민은 절대 무지하거나 무심하지 않다. 늘 깊은 우려와 관심으로 중요한 국정과 국사에 대해서 직시하며 ‘채점’하고 있다. 그 가장 유력한 증거는 지방선거, 총선거, 대선 결과를 놓고 매번 ‘역시 국민의 선택은 무서웠다. 옳았다. 현명했다’고 언론과 전문가들과 각 정당들이 입을 모으곤 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야당 의원으로서 여당이 좀 양보하고 져줬으면 참 좋겠다. 만약 여당이 그럴 마음과 처지가 아니라면, 야당이라도 그랬으면 좋겠다. 여당의 협량함이 야당의 기회이기도 한 거다. 우리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 더 의젓하고 더 어른스럽고 더 국민 중심적이었으면 좋겠다. 작년 6월 개원국회 협상 때도, 새정부 출범을 위한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때도, 국정원 국정조사 갈등과 파행국면에서도 민주당이 덜 싸우고 덜 사납다는 인상을 보여줄 수 있었더라면, 하고 생각한다.

당리당략적 타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익이다. 아무리 세계화시대라지만 국익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세상에 없다. 그런데 당리당략적 가치 뒤에 파벌적 이해관계까지가 추가 작용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 파벌 위에 당이 있고, 당 위에 국가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종종 국가 위에 당이 있고, 당 위에 파벌이 있다.

지금처럼 허구헌날 싸움박질만 해대는 이 국회를 가지고선 우리 조국은 성할 수도 없고, 번성할 리도 없다. 여야 싸움은 국내 집안 싸움이지만, 이 여야 싸움이 결국 우리나라를 일본에게 당하고, 중국에게 밀리고, 미국에게 시달리게 할 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여야 싸움에 분노 폭발 직전의 국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 관련기사 ◀ ☞ [황주홍 칼럼] 정답은 오직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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