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STX팬오션..11년 만에 또 법정관리

2002년 범양상선 시절 이후 또다시 법정관리
유동성 위기속 산은 '인수불가'.."강도높은 자구책 추진"
  • 등록 2013-06-09 오전 10:36:50

    수정 2013-06-09 오후 10:21:40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산업은행의 불확실한 인수 방침 때문에 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습니다.” (STX팬오션 관계자)

국내 3위 해운사이자 벌크선사로는 국내 최대인 STX팬오션(028670)이 또 다시 외부에 회사 운명을 맡기게 됐다. 11년 만에 다시 ‘법정 관리’라는 신탁통치를 받게된 것이다.

STX 남산타워 모습. 연합뉴스 제공.
STX팬오션의 전신은 고(故) 박건석 회장이 1966년 설립한 범양상선이다. 범양상선은 당시 국내 최대 해운회사로 인정받았다. 1971년 대한민국 1호 대형 화물선인 ‘팬 코리아호’를 발주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1980년대 초 범양상선은 해운업 불황에 휘청이기 시작했다. 1984년 정부가 추진한 ‘해운산업 합리화’ 계획에 따라 자의 반 타의반으로 국내 6개 부실 해운사를 떠안으면서 과다한 부실채무가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87년 박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회사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박 회장은 외화도피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는 도중 투신 자살했다. 결국 범양상선은 같은해 외환은행, 서울신탁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기 시작했다. 이후 1992년 법정관리에 들어가 2002년 탈피했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범양상선은 2004년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당시 범양상선은 ‘알짜배기’ 해운사로 평가받았다. 10년 간의 법정관리 기간 중 1조원에 이르는 채권원리금을 단 한번의 연체 없이 변제했으며 1994년부터 10년 연속으로 흑자를 이어갈 정도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동국제강컨소시엄, 대한해운 등 국내외 10여개 기업들이 일제히 범양상선에 눈독을 들였다.

그러나 결국 범양상선을 품에 안은 주인공은 STX였다. 당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4000억원에 범양상선을 인수한 후 사명을 STX팬오션으로 바꿨다. 강 회장은 3년 후 싱가포르에 상장해 4000억원 이상을 다시 빠르게 거둬들였다. 이 때문에 자칫 잘못된 인수·합병(M&A)으로 기업의 근간마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STX의 팬오션 인수는 ‘역대 최고의 딜’로 인정받았다.

STX에 편입한 STX팬오션은 해운업 호황을 누리며 승승장구했다. 2001년 STX그룹이 인수한 STX조선해양(옛 대동조선)과 더불어 STX그룹을 이끄는 양대축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STX는 이들 인수 기업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새로운 기업인수를 위한 ‘실탄’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도 오래가진 못했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물동량이 감소하는 등 해운 업황이 부진해지자 결국 유동성 위기에 놓인 것. 금융기관 차입금 상환, 용선료 지급 등 필요한 자금 수요를 확보하지 못한 데다 당장 필요한 운영자금만 2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TX팬오션이 떠안은 빚만 선박금융 2조5000억원, 회사채 1조2000억원, 은행 채권 7000억원 등 총 4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월에 만기되는 회사채만 2000억원에 달한다.

결국 강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STX팬오션을 떼어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해운업이 불황인 탓에 공개 매각 작업이 불발됐다. 이후 산은이 나서서 인수 여부를 저울질했지만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이로써 STX팬오션은 11년 만에 다시 법원에 구명의 손을 내밀게 됐다.

유천일 STX팬오션 사장은 “고용안정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업황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며 “회생절차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재무개선을 추진해 최단 기간 내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조기 경영정상화도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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