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기업의 최대주주가 워런트(신주인수권)를 헐값에 인수해 잠재지분을 확대하거나 상당 규모의 평가차익을 거두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BW워런트를 대거 처분해 상당한 매매차익을 남긴 상장사 대표가 등장했다. 워런트 매입에 2억원을 투자해 2년 만에 27억원을 회수한 주인공은 교육장비·의료기기 제조업체 이디의 박용후 대표다.
이디(033110)는 지난 2010년 6월 이후 지난 4월까지 제3자를 상대로 세 번에 걸쳐 각각 40억원 규모의 분리형 BW를 발행했다. 분리형 BW는 특정(행사)가격으로 신주 발행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워런트와 회사채로 구성돼 있다. 사채권자는 워런트만 따로 떼어 매각할 수 있다.
이디는 2010년 6월 하나은행을 대상으로 2회차 BW 40억원(만기 3년)을 발행했다. 워런트는 921원당 보통주 1주를 인수할 수 있는 조건이다. 행사기간은 지난해 6월부터 내년 5월까지다.
2011년 4월에는 경기저축은행을 대상으로 4회차 BW 40억원(만기 3년)을 발행했다. 워런트는 1950원당 1주를 인수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후 행사가격 조정으로 1410원으로 낮아졌다. 행사기간은 지난 4월부터 오는 2014년 3월까지다.
회사가 총 120억원의 BW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박 대표는 77억원의 워런트를 인수했다. 워런트 인수가격은 총 3억9600만원. 2회차 워런트(33억원, 잠재주식 358만3061주)는 주당 45원에 샀고, 4회차(24억원, 170만2082주)와 5회차(20억원, 129만4498주)는 각각 107원, 78원에 매수했다.
박 대표의 주식 보유지분은 159만6000주(지분 9.07%)로 다소 낮은 편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워런트 인수로, 한 때 박 대표의 잠재지분율은 34%를 웃돌기도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주주의 워런트 헐값 인수 및 차익 실현으로 이어지는 도덕성 측면과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대규모 물량 부담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 이번에 워런트를 인수한 투자자들의 경우 각각 1410원, 1800원에 이디의 신주를 받을 수 있다. 14일 종가가 2520원임을 고려할 때 차익실현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시장에 바로 나올 수 있는 물량은 393만7670주 규모다. 이는 총 발행주식수 1759만8512주 대비 22%에 해당한다. 대주주와 일부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에 일반 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 특히 바로 행사가 가능한 2회차와 4회차의 워런트만 매각대상이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디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워런트를 직접 행사할 경우 신주 인수자금 부담이 크다”며 “자금부담을 줄이고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인과 사업파트너에게 워런트 일부를 매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단기간내 물량 출회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이디는 교육장비업을 주로 영위하다 최근 의료기기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2010년 휴림바이오셀과 퓨어바이오텍의 지분을 인수, 줄기세포 성형상품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