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실리콘밸리 경쟁력의 비밀

중국·인도 인재 몰리고 미국 벤처자금 30% 집중
기업들은 시스템 자동화하고 핵심 기술까지 아웃소싱해 인력 최소화
구글의 광고 중계서비스 ‘애드센스’·애플의 ‘아이포드’ 성공신화 낳아
  • 등록 2007-01-06 오후 4:45:27

    수정 2007-01-06 오후 4:45:27

[조선일보 제공] 미국의 비즈니스 전문지 ‘비즈니스 2.0’은 2006년의 가장 중요한 인물 50명을 선정했다. 1위는 ‘당신! 소비자이자 창조자’였고 2위는 구글의 CEO 세리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였다. 실리콘밸리의 인물로는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5위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잡지는 구글을 2위에 선정했지만 사실은 ‘당신’을 주인공으로 만든 원동력은 구글에서 나왔다. 구글을 선두로 야후·이베이 등 실리콘밸리의 거대 인터넷기업이 ‘웹2.0’과 ‘UCC(소비자 제작 콘텐츠)’ 관련 기업을 앞다퉈 사들이면서 이 열풍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

구글이 수익을 못 내는 닷컴 기업을 과감하게 사들일 수 있는 비밀은 ‘애드센스’라는 독특한 광고 기법에 있다. 광고는 많은 사람이 볼수록 효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웹사이트는 네티즌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호객행위를 한다. 그러나 하나의 웹사이트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방문자를 무제한 늘릴 수는 없다.

구글의 애드센스는 구글 자사 웹페이지가 아니라 전 세계의 다른 회사 웹페이지에 광고를 중계해주는 기술이다. 그리고 그 광고 수익을 나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최근 자사 웹페이지에 애드센스 광고를 하기로 했다. 다음 이용자가 이 광고를 많이 클릭하면 다음이 돈을 벌고 구글도 수수료 수입을 챙긴다.

세계 최대의 뉴스 사이트라는 구글 뉴스는 한푼도 못 버는 적자 서비스이지만 구글 뉴스를 통해 뉴스를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구글은 돈을 번다. 뉴욕타임스도, 조선일보도 인터넷판에 애드센스 광고를 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나 조선일보 인터넷 독자가 늘면 구글이 돈을 버는 구조다.

구글은 애드센스로 불패의 비즈니스 공식을 그리고 있다. “인터넷 이용이 늘어나면 구글은 무조건 돈을 번다. 다른 인터넷 업체들이 열심히 일하면 구글은 돈을 번다.”

구글은 애드센스 기술을 자체 개발하지 않고 아웃소싱했다. 애드센스의 원천기술은 프린스턴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조지 밀러와 제자들에게서 나왔다. 그는 1980년대 자신의 인지(cognition)이론을 적용한 지능형 웹사이트인 ‘워드넷’을 개발했다. 구글은 2003년 워드넷의 응용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어플라이드 시맨틱스’를 인수해 애드센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회사의 인수 조건과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경쟁업체들이 구글 애드센스와 유사한 서비스로 경쟁하기 어려운 이유는 구글이 이미 확보한 엄청난 수의 광고주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글은 전략적으로 매우 유리한 지점을 이미 선점했다.

구글이 노리는 다음 먹잇감은 휴대폰이다. 구글은 이미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의 ‘구글폰’ 개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사람들이 휴대폰을 많이 쓰면 구글이 돈을 버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지 두고 볼 일이다.

구글에 비하면 애플은 확실히 구세대 기업이다. 애플의 기업문화는 폐쇄적이고 비밀이 많다. 개방과 참여·공유를 내세우는 웹 2.0 기업과는 구별된다. 그러나 이 노령의 기업은 젊은이의 감성을 사로잡는 디자인 감각이 있다.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체감하는 아이포드(iPOD)의 인기는 한국에서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거리에는 아이포드 포스터가 곳곳에 걸려 있었고, 프라이스 같은 전자 쇼핑몰에는 아이포드 관련 액세서리가 넘쳐났다. 스티브 잡스는 다시 한 번 실리콘밸리 젊은이의 우상이 됐다.

아이포드의 분기별 판매 대수는 2004년 1분기까지는 74만대 이하였으나 2006년 1분기에는 1404만대로 20배 가까이 폭증했다. 애플은 더이상 컴퓨터 회사가 아니라 디지털 음악 회사로 인식되고 있었다.

아이포드의 성공은 MP3플레이어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 입장에서 보면 아쉬운 일이지만 인재와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실리콘밸리 기업의 저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01년 1월 23일 컴퓨터 엔지니어인 앤서니 퍼델(당시 30세)은 애플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애플에서 그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퍼델은 뛸 듯이 기뻐했다. 퍼델에게 스티브 잡스는 어린 시절의 영웅이었다. 그가 12살 때 8비트 ‘애플II’를 선물 받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의 길을 결심했기 때문이다.

퍼델의 첫 직장은 제너럴 매직이라는 신생업체였는데 그가 개발한 ‘핸드헬드 PC(노트북보다 작고 PDA보다는 큰 소형 컴퓨터)’는 실패작이었다. 그는 이후 네덜란드계 필립스사에서 소형 디지털 기기를 개발하는 임무를 맡았지만 자유분방한 성격이 필립스의 보수적인 문화와 맞지 않아 잦은 충돌을 빚곤 했다. 그러나 그가 개발한 PDA(개인휴대단말기)는 50만대가 팔리는 히트를 기록했다.

그는 초소형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수천 곡을 한꺼번에 넣어 다닐 수 있는 디지털 음악 연주기를 만들고 싶었다. 시중에는 MP3플레이어가 이미 나와 있었지만 용량이 작았고 기능이 음악 연주에만 한정돼 있었다. 그는 컴퓨터처럼 운영체제로 작동하고 온라인 음악 사이트와 연동돼 음악을 다운로드하거나 업로드할 수 있는 소형 기기를 원했다.

결국 그는 벤처회사를 설립한 뒤 리얼네트웍스 등 여러 업체에 제안을 했으나 대부분 거절당하고 성과를 보지 못했다. 투자를 받는 데도 실패했다. 그런데 애플이 흥미를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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