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목과 행운의 상징 `돼지해`… "새해 부자되세요"

  • 등록 2006-12-31 오후 6:04:03

    수정 2006-12-31 오후 6:04:03

[한국일보 제공] 12지신 중 가장 마지막 동물인 돼지. 돼지에 대한 우리 태도는 이중적이다. 미련하고 탐욕스런 대상으로 천대하면서 부의 상징으로 치켜세운다. 그 효용은 뛰어나지만 쉽게 호감이 가지 않는 생김새 때문에 돼지가 겪어야 하는 운명은 얄궂기까지 하다.



돼지를 일컫는 한자로는 豚(돈), 亥(해), 猪(저), 豕(시) 등이 있다. 한반도에서 돼지가 사육된 것은 수 천년 전으로 짐작된다. 돼지는 체질이 강건해 어떤 기후나 풍토에도 잘 적응하는 잡식동물의 대표주자다. 임신 4개월만에 한번에 8~15마리를 낳기도 하거니와 성장속도도 빨라 다산을 상징한다. 신화에서는 신통력을 지닌 동물, 길상으로 재산이나 복의 근원, 집안의 재신 등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세속에선 탐욕과 게으름, 우둔함을 대표하는 동물이다.

몸무게는 코끼리나 소가 더 나가지만 뚱뚱한 사람을 놀릴 때는 언제나 돼지가 들먹여 진다. 듣기 싫은 소리를 `돼지 멱따는 소리`라 했고 `돼지에 진주 목걸이`는 값어치를 모르는 사람에겐 보물도 아무 소용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눈 속을 달리는 귀여운 돼지를 상징하는 연하우표를 발행했다. 대만의 중화우체국은 이슬람 국가에 보내는 우편물에는 돼지 우표를 붙이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힌두교가 소를 금기시하듯 이슬람교에선 돼지를 터부시한다. 이슬람국가에서 돼지는 혐오동물로 먹지도 않을 뿐더러 돼지의 상징 자체가 상대에게 모욕을 가하는 표현이다.

돼지가 터부시된 것은 종교 이전의 일이다. 기원전 450년 무렵의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대부분의 이집트인들은 돼지를 치는 사람과 접촉하지도 않았고 혹시 돼지에 몸을 스치기라도 하면 곧장 나일강으로 달려가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뛰어들어 몸을 씻었다고 한다.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사막지대에서의 돼지고기 기피 현상은 나중에 이 지역을 기반으로 융성한 이슬람 문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난해 가장 `굴욕`적인 돼지는 황우석 박사의 무균돼지일 것이다. 황 박사의 연구를 위해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에서 사육되던 무균돼지 대부분이 황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실이 드러난 뒤 사업 백지화 등에 따라 살처분됐다. 일부는 도축장으로 보내져 식용으로 판매됐다. 인간의 병을 고치려 나섰던 돼지가 결국은 인간의 허기를 달래는데 만족해야 했던 것이다.

꿈에 있어서 돼지는 상상의 동물인 용과 동급이다. 행운과 재복을 상징하고, 재운을 타고난 아들을 얻는 길몽의 주인공이 돼지다. 돼지가 하늘에서 자기에게 떨어지는 꿈은 뜻밖의 큰 성과를 얻는 것을 의미하고, 돼지떼가 길을 막으면 복권 경매 등에서 횡재할 꿈이다. 돼지가 새끼를 낳으면 가만히 있어도 돈이 굴러 들어오는 꿈이고, 돼지가 눈앞에서 교미를 하면 성공을 예시한다고 한다. 돼지 새끼가 우글거리는 것을 보면 장차 사업가로 떼돈을 벌 아들이 태어날 태몽이다.

하지만 돼지꿈도 꿈 나름이다. 돼지가 죽거나 신음하는 꿈, 돼지가 발톱으로 자기 얼굴을 할퀴는 꿈은 개꿈보다 좋지 않은 징조로 본다.

2007년은 황금돼지해라고 해서 떠들썩하다. 돼지를 지칭하는 한자 돈(豚)은 돈(錢)과 음이 같아 재물과의 연관성을 더욱 높인다. 돼지해를 맞아 모두가 돼지꿈 꾸고 부자 되시길.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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