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를 일컫는 한자로는 豚(돈), 亥(해), 猪(저), 豕(시) 등이 있다. 한반도에서 돼지가 사육된 것은 수 천년 전으로 짐작된다. 돼지는 체질이 강건해 어떤 기후나 풍토에도 잘 적응하는 잡식동물의 대표주자다. 임신 4개월만에 한번에 8~15마리를 낳기도 하거니와 성장속도도 빨라 다산을 상징한다. 신화에서는 신통력을 지닌 동물, 길상으로 재산이나 복의 근원, 집안의 재신 등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세속에선 탐욕과 게으름, 우둔함을 대표하는 동물이다.
몸무게는 코끼리나 소가 더 나가지만 뚱뚱한 사람을 놀릴 때는 언제나 돼지가 들먹여 진다. 듣기 싫은 소리를 `돼지 멱따는 소리`라 했고 `돼지에 진주 목걸이`는 값어치를 모르는 사람에겐 보물도 아무 소용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돼지가 터부시된 것은 종교 이전의 일이다. 기원전 450년 무렵의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대부분의 이집트인들은 돼지를 치는 사람과 접촉하지도 않았고 혹시 돼지에 몸을 스치기라도 하면 곧장 나일강으로 달려가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뛰어들어 몸을 씻었다고 한다.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사막지대에서의 돼지고기 기피 현상은 나중에 이 지역을 기반으로 융성한 이슬람 문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난해 가장 `굴욕`적인 돼지는 황우석 박사의 무균돼지일 것이다. 황 박사의 연구를 위해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에서 사육되던 무균돼지 대부분이 황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실이 드러난 뒤 사업 백지화 등에 따라 살처분됐다. 일부는 도축장으로 보내져 식용으로 판매됐다. 인간의 병을 고치려 나섰던 돼지가 결국은 인간의 허기를 달래는데 만족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돼지꿈도 꿈 나름이다. 돼지가 죽거나 신음하는 꿈, 돼지가 발톱으로 자기 얼굴을 할퀴는 꿈은 개꿈보다 좋지 않은 징조로 본다.
2007년은 황금돼지해라고 해서 떠들썩하다. 돼지를 지칭하는 한자 돈(豚)은 돈(錢)과 음이 같아 재물과의 연관성을 더욱 높인다. 돼지해를 맞아 모두가 돼지꿈 꾸고 부자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