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인 자기주식(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코스피 상장사 대다수는 주가가 상승했지만, 코스닥 상장사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상반된 양상을 보이면서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상장사가 밸류업 모멘텀 흐름에 합류하려면 일회성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는 것보다 거버넌스(지배구조)와 펀더멘털 개선을 토대로 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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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상장사는 총 119곳으로 집계됐다. 코스피는 68곳, 코스닥 51곳으로 코스피에서 자사주를 소각하는 업체가 20여곳 더 많았다.
최근 한 달간(8월9~9월9일)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상장사 8곳의 주가 흐름을 분석하면, 코스피 상장사의 주가 상승 경향이 두드러졌다.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업체 4곳 중 3곳이 다음 거래일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주가가 오른 상장사는 백산(035150)이다. 백산은 지난 8일 35억원 규모의 보통주 26만주를 소각한다고 결정한 뒤 다음 날 주가가 두자릿수 상승했다. 지난 9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04% 상승한 1만 3700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두올(016740)은 지난 12일 자사주 소각 공시 후 다음 날 주가가 0.33% 소폭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세아제지(002310)는 자사주 소각 공시 후 1.28% 주가가 하락했다.
이와 달리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과반에 이르는 업체가 주가 하락을 겪거나 주주친화 정책의 영향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코스닥 상장사 4곳 중 3곳은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 나우IB(293580)는 지난 21일 8억원 규모의 84만 50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공시 후 다음 거래일인 22일에 나우IB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5% 하락한 1018원에 마감했다.
크레버스(096240) 역시 지난달 9일 49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고 밝힌 뒤, 다음 거래일인 12일에 주가가 1.1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이시스메디칼(287410)도 8월19일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결정을 내렸지만, 다음 거래일인 20일에 주가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통상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 친화 정책 중 강력한 수단으로 꼽힌다. 자사주 매입과 달리 자사주 소각 시 유통주식수 감소로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이라는 공통된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했음에도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나타낸 것은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사주 소각 시 주가가 오르는 경우는 주식이 실제 가치보다 낮게 책정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장사에 해당하는 얘기”라며 “코스닥은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없어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하더라도 큰 반응이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개선이 부재한 상황에서 일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닥 기업들이 펀더멘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일시적인 모멘텀을 고려해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기 때문에 주가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상장사가 이익 창출력보다 성장성이 큰 기업들로 이뤄진 특성을 고려한다면, 주가 상승을 위해 일시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 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 알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교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취지는 일회성으로 주가를 올리는 게 아니라 투명하게 주주들과 소통하라는 것”이라며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기업이 어떤 이익 창출 계획을 하고 있는지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