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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에겐 합리적 선택을, 은행업계엔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예대금리 공시가 소비자와 은행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다. 소비자는 공시 시차로 현재 체감하는 예대금리차를 확인할 수 없고 은행영업점에선 예대금리차 공시가 금리 결정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11일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작년 11월 신규 취급액 가계 예대금리차는 전월보다 0.054%포인트 떨어진 0.742%포인트로 집계됐다. 정책 서민금융 상품은 제외한 수치다. NH농협은행이 1.19%포인트로 전달 대비로는 0.08%포인트 상승했지만, 나머지 4곳의 은행은 모두 예대금리차를 좁혔다.
가계 예대금리차는 가계 대출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값으로, 이 값이 클수록 은행에 돌아가는 이자 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간주한다. 즉 예대금리차가 작아졌다는 건 예금금리가 오르고, 대출금리가 내렸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체감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두 달 전에 비해 대출금리도 하락했지만 대출 상품별로 차이가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전날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3.38~5.7%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하단 기준 4.3%까지 올랐던 금리가 1%포인트가량 줄었다. 그러나 신용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은 큰 차이가 없었다. 예대금리차 공시가 보여주는 지표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는 윤석열 정부 초기인 2022년 8월 금융당국이 소비자 선택권과 금리의 자율 경쟁 촉진을 목적으로 도입했다. 소비자들은 예금금리는 적게, 대출금리는 많이 받는 은행을 피하게 되고 각 은행은 타 행과의 예대금리차 비교를 의식해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금리를 책정해나가 자율 경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취지였다.
예금금리나 대출금리의 실시간 변화에 따라 은행의 예대마진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에게도 한 달 전 공시 내용이 의미가 없긴 마찬가지다. 특히 대출상품의 종류와 차주의 다양한 상황 따른 금리 차이를 단순화한 만큼, 공시 자체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한다는 취지 자체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은 금리만 중요한 게 아니라 한도도 중요해 담보와 직장 등에 따라 공시된 금리와 실제로 고객이 받을 수 있는 금리는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예대금리차 공시는 은행 내부적으로 대응 논리를 만드는 것 외에는 활용도가 낮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