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건강한 삶을 위한 첫 걸음은 ‘수면’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의 불면증의 원인부터 치료법까지
  • 등록 2023-02-18 오전 9:27:39

    수정 2023-02-18 오전 9:27:39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국내 인구 3명 중 1명은 일생에 한 번은 불면증을 겪는다고 알려졌다. ‘숙면’은 건강한 삶을 위한 첫 단계인 만큼, 불면증으로 인한 수면부족은 질병이 아니라고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건강한 수면의 중요성부터 불면증을 치료에 도움을 주는 생활습관들까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1. 수면부족, 왜 주의해야 하는가?

수면은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어려움과 밀접하다. 깊은 수면은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고 렘수면은 일과 중 쌓인 감정을 처리하는 기능이 있는 만큼 수면이 부족하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불면증 환자의 절반 이상은 우울증·불안장애를 호소하고, 우울증 환자의 3명중 2명은 불면증을 호소한다. 수면 부족으로 우울해지는 경우가 더 많은 편이다.

또한 수면부족은 심혈관질환과도 관련 있다. 수면 중에는 깨어 있을 때보다 혈압이 10%정도 떨어지는데,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교감신경계가 항진돼 심혈관계 위험이 증가한다. 2017년 서울대병원의 연구 결과, 심한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은 정상인 대비 17배 높았고, 불면증 환자는 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계질환 생존율 비교. 심한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은 정상인 대비 17배 높았고, 불면증 환자는 8배 높았다.


마지막으로 수면부족은 암 발생과도 연관된다. 이는 수면이 면역체계, 대사, 호르몬, 세포기능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며, 특히 수면부족은 신체의 염증반응을 높여 암 발생위험을 증가시킨다.

2. 수면부족의 원인이 되는 흔한 수면장애는?

대표적으로 만성 불면증이 있다. 불면증을 만성화시키는 나쁜 습관들이 있는데, 아침까지 안 자고 누워있거나, 낮에 잠을 자려 하거나, 침대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것들이다. 특히 침대에서 깨어있는 채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 침대-수면의 짝이 아니라 침대-불면(각성)의 짝이 이어진, 전문용어로 조건화 상태가 된다. 이 상태를 학습하게 돼 막상 자기 위해 침대에 누웠을 때 잠이 안 오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 행동장애가 대표적인 수면장애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코골이가 심해지고, 수면 중 호흡이 빈번하게 정지해 기상 후 두통이나 피로가 생긴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있으면 다리 불편감을 참을 수 없어 자는 동안에도 다리를 떨거나 움직여 숙면을 방해하게 된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렘수면 단계에서 꿈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거나 심한 잠꼬대를 하게 되는 질환이다.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의 전조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 질환이 있으면 치매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식품, 약물도 주의해야 한다. 술이 잠자는데 도움을 준다는 오해가 있지만 실제로 술은 교감신경계를 항진시켜 전체적인 수면의 질을 저하한다. 니코틴도 용량이 높아지면 각성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과한 흡연도 삼가야 한다. 스테로이드제, 다이어트 약의 성분도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숙면을 위해 해당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지만, 꼭 필요하면 약물 복용과 불면증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3. 수면제로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는가?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수면습관의 개선,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3가지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 열이 날 때 무조건 해열제만으로 해결하려 하면 안 되는 것처럼, 원인 분석이나 평가, 치료 없이 특정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인이나 의심되는 공존 질환을 찾고 수면습관이 문제라면 습관을 교정하면서 수면제는 가급적 짧게, 필요한 기간, 최소 용량만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일부 수면제는 내성과 금단증상으로 인해 중독 위험이 있다. 흔히 사용되는 졸피뎀 계통의 수면제는 장기 복용하면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못잘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이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려면 전문가의 상의와 모니터링이 수반되어야 한다.

4. 올바른 수면제 복용 방법은?

수면제는 대표적으로 인지기능 저하의 부작용이 있다.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이 했던 행동이나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전향성 기억상실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부작용에 주의하면서 복용해야 한다. 술과 수면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은 이러한 인지장애의 위험을 높이고 수면무호흡증의 위험을 배로 증가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한 잠이 오지 않아 새벽녘에 수면제를 복용한 뒤, 인지기능이 완전히 돌아오기 전인 이른 아침부터 운전을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행동이므로 삼가야 한다.

5. 불면증의 비약물적 치료법은?

먼저 올바른 수면 습관을 갖춰야 한다. ▲규칙적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기 ▲가급적 낮잠 자지 않기 ▲침상에 누워만 있는 시간 줄이기 ▲카페인, 술, 담배 등 수면에 영향을 주는 물질 사용 줄이기 ▲야간에 흥분하는 활동 하지 않기 ▲일광욕 하기 등의 습관을 잘 유지해야 한다. 특히 일광욕을 통해 햇빛이 눈으로 들어와 뇌까지 전달되면 낮에 깨어있고, 밤에 잘 잠들도록 하는 일주기 리듬을 형성하는 데 아주 좋다.

인지행동치료기법도 있다. 그중 자극조절요법은 잠자리, 취침시간 등 수면을 조절하는 자극 조건과 수면의 관계를 조정하는 방법이다. ‘졸릴 때만 침실에 들어간다’, ‘침실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 등 행동을 중재하여 침대에서는 자는 시간만 보내고 각성하면 침대에서 나오도록 한다. 즉 침대-수면의 조건화를 만드는 작업이다.

그 밖에도 누워있는 시간을 제한해나가며 누워 있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같게 만드는 수면 제한법, 복식호흡·요가·반신욕 등 신체와 정신을 이완시키는 이완 요법들도 인지행동치료에 해당한다. ‘8시간을 자지 않으면 다음날 문제가 생길거야’처럼 수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것 또한 인지행동치료의 일환이다.

6. 숙면을 위해 권장하는 습관이 있다면?

이유진 교수는 “잠이 들기 전에는 이완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완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은 없다. 이에 수면시간 전 명상, 복식호흡 등을 통해 교감신경항진을 줄이고 부교감신경항진을 높이면 수월하게 잠들 수 있다”며 “기상시간을 고정하는 것도 좋다. 수면의학의 관점에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야 그날 밤 일찍 잘 수 있는 힘이 채워진다. 그러므로 약간 더 누워있고 싶은 느낌이 있을 때, 부족한 듯 잔 것 같을 때 침대에서 내려와 활동을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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