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에서 온 편지]중남미 한류 중심지로 뜨는 상파울루

상파울루 빈민촌 ‘봉헤치로’, 패션산업 메카이자 한인타운 변모
`K-컨텐츠` 등 한류 파급력, 한인사회의 노력 등 결합
  • 등록 2023-02-03 오전 6:30:00

    수정 2023-02-03 오전 9:55:16

[황인상 주상파울루총영사] 올해는 브라질 한인사회로서는 이민 6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103명의 한인들이 부푼 꿈을 안고 부산항을 출발해, 지구 반대편 브라질까지 인도양과 대서양을 거쳐 약 2개월간의 기나긴 항해를 통해 1963년 2월 12일 산토스항에 입항했다. 상파울루시와 상파울루주 정부는 한인 이민자들이 브라질 사회에 기여한 것에 감사의 뜻으로 이날을 ‘한인 이민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우리 한인들은 언어도 문화도 낯선 이국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한국인 특유의 DNA를 살려 인내와 끈기로써 상파울루시의 빈민촌이었던 ‘봉헤치로’ 지역을 브라질 패션산업의 메카이자 한인타운으로 변모시켰다. 인종적, 문화적 포용성이 강한 브라질 사회 분위기와 브라질 사람들의 친절함도 한인사회가 잘 뿌리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등으로 수년간 어려움을 겪었던 `봉헤치로`는 현재 변신을 꾀하고 있다. 기존의 패션산업의 중심지에 더해서 중남미 한류의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봉헤치로를 걷고 있으면 TV에서 봤다며 한국 총영사를 알아보고, 사진 촬영을 요청받는 경우가 가끔 있다. 또, 멀리 다른 주에서 한류를 체험하려고 봉헤치로를 방문했다는 브라질 현지인들의 경험담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10여 년 전 시작된 K-Pop으로부터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오징어 게임’ 등 K-Drama,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기생충’으로 대표되는 K-무비(Movie), K-푸드(Food) 등 다양한 한류 문화가 브라질 사회에 두터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때 한국-브라질 경기 전에는 브라질 최대 인기 주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판타스치코’에서 봉헤치로 한인타운을 집중 취재·방송해 한류 붐을 브라질 전역에 알리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봉헤치로가 한류 중심지로 변모한 데는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과 한류의 파급력, 그리고 한국 정부의 지원과 한인사회의 노력, 상파울루 정부의 적극적인 호응이 결합된 결과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봉헤치로 활성화 프로젝트’가 한국 정부 지원으로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동되면서 방범용 CCTV 설치, 상점 앞에 청사초롱 달기, 건물 외벽에 한국 전통 벽화 그리기, 한국 명칭 거리와 광장 지정, ‘한국 이민의 날’과 ‘한국 문화의 날’ 제정 등 다양한 사업이 상파울루 정부의 협조로 이뤄졌다. 한인 사회 자체적으로 ‘주말 장터’를 설치하고, 한류 무대 공연도 같이 개최해, 한류를 좋아하는 브라질 젊은이들을 봉헤치로 한인타운으로 흡인하고 있다.

최근 미국 `US News`가 군사적, 경제력, 문화적 영향력 등을 지표로 매년 선정하는 `세계 강대국`(the most powerful country) 순위에 대한민국이 프랑스, 일본을 제치고 6위에 올랐다고 한다. 아직 브라질 사회에는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더 많은 브라질 국민들이 한국을 좋아하고 한류를 즐길 수 있도록 봉헤치로 한인타운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다. 한인사회가 지역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다양성 확대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브라질 정부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도와주고 있음은 무척 기쁜 일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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