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진 셀세이프 대표는 27일 이데일리와 만나 “1992년부터 동화약품 연구원으로 시작해 약 20여 년간 세포배양을 직접하면서 의약품 오염 문제를 많이 겪었다. 바이오의약품의 성장세가 커지던 2009년경 오염 검출 키트 개발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
한 대표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나 세포치료제, 항체치료제 등 의약품의 특성에 따라 여러 오염 물질에 감염될 위험이 각기 다르게 존재한다.
우선 바이오의약품의 종류와 관계없이 가장 위험한 것은 대장균의 사촌 격 세균인 ‘마이코플라스마’다. 제조과정에 관여하는 사람이나 세포를 키우는 배지 등에 의해 마이코플라스마가 바이오의약품에 섞여 들어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셀세이프는 창업 이후 10년 이상을 마이코플라스마 검출용 PCR키트 개발에 매진했다. 한 대표는 “코로나19가 찾아온 뒤 진단검사용 PCR키트가 거의 바로 개발됐다. 마이코플라스마 검출용 PCR키트 개발 역시 쉬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운을 뗐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원래 우리 주변에 없는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의 유전자만 특정해 증폭시키면 되기 때문에 검출용 PCR키트를 개발하기 쉽다. 반면 마이코플라스마는 우리 주변의 항상 존재하는 여러 대장균 사촌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여러 대장균 중 마이코플라스마의 DNA만 증폭시키는 특수 효소 등을 개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한 대표는 “특수 효소를 개발해 특허를 냈다”며 “현재 국내에서 바이오 의약품 산업의 제조 공정에 도입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춘 오염 검출용 PCR키트를 개발한 곳은 우리 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총 8종의 마이코플라스마를 검출해야 산업용 제품으로 승인하다. 또 유럽의약품청(EMA)이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역별 특성에 맞춰 10여 종의 마이코플라스마를 검출하는 성능을 갖춰야 제품으로 인정한다. 한 대표는 “마이코플라스마 분석용 PCR 키트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허용하는 기준까지 충족시킬 정도로 기술을 향상시켰다”며 “전 세계 약 2조 규모의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미국의 서머피셔나 스위스 로슈 등에도 뒤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미국 서머피셔의 검출용 PCR키트를 사용하던 지씨셀과 협력 연구를 통해 우리 제품을 사용하기로 합의하고, 현장 실사 및 서류 작업까지 완료해 식약처에 변경허가를 신청 중이다”며 “업계 최상위권의 대기업과 맺은 공급 계약을 통해 국내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발굴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셀세이프는 2년 남은 소부장연대협의체 과제를 통해 해외 진출을 위한 서류 작업 등을 완료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우리 제품이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확인해야 할 마이코플라스마 종들도 검출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서류작업만 완료하면 글로벌 시장도 두드려 보기 시작할 계획이다”며 “이를 차질없이 진행하려면 국내 기업의 제조 현장에서 실제 우리 제품을 사용한 데이터부터 축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세포치료제에서 쓰는 렌티바이러스 오염을 검출하는 PCR키트도 완성했고, 숙주세포 유래 DNA 관련 PCR키트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며 “제품을 더 다양화해 수백 억 수준의 국내 세포 배양 관련 오염 분석 시장부터 공략해 나가겠다. 현재 매출액(약 13억원)의 약 10배를 달성하는 것처럼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코스닥 상장도 시도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