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국은 전통 치료제 의료기기 분야에서 선진국엔 기술에 밀리고, 개발도상국엔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고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국의 인공지능(AI) 및 디지털 기반 의료기기는 전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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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는 3일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과 인터뷰를 통해 한국 디지털 의료기기 산업 현황과 전망을 들어봤다.
유 회장은 우리나라가 의료데이터 수집·관리가 뛰어나 디지털 헬스산업에서 초일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갖췄다고 판단했다. 그는 “디지털 헬스 산업의 승패는 의료데이터가 좌우한다”면서 “의료데이터가 우리나라만큼 잘 갖춰진 곳은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은 대학병원부터 1차 병원까지 구축돼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공공의료데이터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기반이 탄탄하다. 보건복지부의 건강데이터 관리는 세계적인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의료분야가 재빨리 디지털화된 것이 국내 디지털 의료기기 산업 발전의 디딤돌이 됐다는 분석이다. 유 회장은 “루닛·뷰노 등 AI 병리·영상 진단기기는 글로벌 최선두에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의료영상 90%가 디지털화돼 산간벽지나 도서에서 촬영한 엑스레이를 즉각 대도시의 대형병원에서 열어볼 수 있다. 이렇게 축적된 디지털 영상 데이터가 AI 영상판독시스템을 만들어낸 원동력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외엔 의료영상의 20%만 디지털화됐고, 나머지 80%는 여전히 필름에 의존하는 아날로그 방식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한국 정부가 디지털 의료기기의 국제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경쟁력을 갖춘 배경이다. 유 회장은 “세계에서 제일 처음 AI 의료기기 개발 및 인허가 가이드를 마련한 게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라며 “최근엔 디지털 뉴딜을 통해 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법령 마련, 규제 완화,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힘쓰면서 발전의 토대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의료기기는 국내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해외수출이 가능하다”면서 “또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의료기기 관련 법이 먼저 만들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증과 인허가를 받고 있다. 또 외국에서 한국의 디지털 의료기기 법을 그대로 따르면서 우리나라 디지털 의료기기 업체들이 해외 진출 기회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초일류 디지털 의료기기산업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선 데이터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회장은 “빅데이터는 많고 앞으로도 빅데이터는 계속 생겨난다”면서 “의료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내 디지털 의료기기 산업 성장 정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환자와 임상데이터에 대한 공유범위·방법·비용 및 이용수수료 등에 대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