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래의 인더스트리]코로나 백신, 종류는

  • 등록 2021-06-05 오전 8:01:40

    수정 2021-06-05 오전 8:01:40

이데일리 독자 여러분은 아마도 지난해와 올해 점심 식사와 저녁 술자리에서의 대화 이슈가 바뀐 것을 느끼실 겁니다. 지난해엔 부동산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올해 들어서는 주식 이야기가 대부분일텐데요. 그만큼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정작 개인 투자자들은 반도체와 바이오, 이차전지 등 최근 주식시장 이슈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강경래의 인더스트리’는 최근 주식시장과 함께 산업계를 달구는 이슈를 보다 쉽게 전달, 투자 등에 도움이 되실 수 있도록 주말마다 관련 배경지식을 다룰 예정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최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성과 중 하나가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CMO)하기로 한 것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인천 송도 본사에서 백신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중이구요. 오는 3분기부터 수억회분 물량을 순차적으로 생산한다는 방침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하게 될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 백신과 같은 ‘mRNA’(메신저리보핵산) 방식입니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노바백스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먼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현재 안동 공장에서 생산 중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바이러스벡터’(전달체) 방식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향후 노바백스 백신 역시 생산할 예정인데요. 이는 위탁생산을 넘어 백신 기술까지 도입하는 ‘CDMO’(위탁개발생산) 방식으로 주목을 받습니다. 노바백스 백신은 ‘합성항원’ 방식입니다.

‘mRNA’ 등 백신 만드는 방식 다양해

이 외에도 한국코러스와 휴온스 컨소시엄은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상황입니다. 스푸트니크V 역시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바이러스벡터 방식입니다. 이렇듯 한국이 오랜 기간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생산하며 검증받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코로나19 백신 생산기지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모더나와 노바백스와 같이 기술력은 있지만, 양산이 어려운 벤처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한국 위탁생산 업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독자 여러분은 한 가지 의문이 생기실 것입니다. mRNA와 바이러스벡터, 합성항원, DNA 등 백신을 만드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먼저 백신을 만드는 방식부터 살펴봐야겠습니다. 우선 요즘 가장 크게 주목받는 mRNA 방식입니다. 이는 바이러스에서 항원 유전자를 빼내 RNA 형태로 몸속에 투여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모더나가 세계 최초로 백신을 만드는데 적용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모더나에 이어 곧바로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가 같은 mRNA 방식으로 백신을 만들었죠.

특히 mRNA 방식은 변이바이러스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최근 인도에서 변이바이러스가 발생해서 우려가 큰데요. mRNA 방식은 이론상 염기만 갈아 끼우면 변이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백신을 생산할 때도 다른 방식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고 합니다. 화이자는 이미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4기 독감백신까지 mRNA 방식을 이용해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mRNA 방식은 백신뿐 아니라 다양한 의약품 개발에 활용될 전망입니다.

다음으로 바이러스벡터 방식인데요. mRNA에 앞서 보편화된 백신 개발 방식입니다. 이 역시 mRNA처럼 바이러스에서 항원 유전자를 빼내는 방식이구요. 다만 RNA가 아닌 다른 바이러스에 넣어 인체에 투여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등이 적용해 허가를 받고 업계에 활발히 공급 중입니다. 이 밖에 바이러스 항원을 직접 적용하는 ‘DNA’(유전자) 방식,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합성항원 방식 등이 있습니다.

셀리드·제넥신·진원생명과학 등 국산 백신 ‘박차’

정리하면 모더나와 화이자, 큐어백이 mRNA,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스푸트니크V는 바이러스벡터, 노바백스가 합성항원 방식입니다. 이렇듯 코로나19 백신은 해외 업체들만 만들거나 개발을 진행 중인 것은 아니구요. 다행히 국내에서도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국내에선 현재 셀리드와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유바이오로직스 등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백신 위탁생산뿐 아니라 독자적인 백신 개발도 병행 중이죠.

우리 정부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비교임상’이란 방식을 이용해 국산 백신을 빠르게 허가한다는 방침인데요. 일반적인 백신 임상은 위약(가짜약)과의 비교를 통해 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합니다. 만드는 방식도 전임상(동물임상)과 임상1상, 임상2상, 임상3상 등 일반 의약품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이는 위약을 맞을 임상 참가자를 모집해야 하는 등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비교임상은 이미 허가받은 백신에 견줘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이를테면 mRNA 방식으로 백신을 개발 중인 업체는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과 효능·안전성을 비교하면 됩니다. 때문에 백신 개발과 허가 과정을 크게 앞당길 수 있죠.

다만 백신 개발 방식에 따른 차이는 있는데요. 우선 셀리드와 같이 바이러스벡터 방식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업체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등 당장 비교할 수 있는 백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 등 DNA 방식으로 개발하는 업체들은 비교임상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없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와 같이 합성항원 방식을 선택한 업체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들 업체가 비교임상을 해야 할 백신은 노바백스 제품인데요. 당초 6월로 목표했던 노바백스 백신 미국·유럽 허가 신청이 9월로 늦춰졌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3분기 안에 백신 임상3상에 착수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만, 노바백스 백신 허가가 지연되면 비교임상할 대상이 없을 수 있습니다. 국산 백신이 골든타임을 놓쳐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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