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최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중독연구특별위원회가 실시한 ‘2020 약물 오·남용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아편계(마약성) 진통제는 응답자의 64.9%, 식욕억제제는 77.5%가 중독(의존)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약 50%는 의료진으로부터 중독 가능성과 증상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반면 마약성 진통제 및 식욕억제제 등 오·남용 시 중독 등의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는 ‘중독성 의약품’의 처방과 사용은 점차 늘고 있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를 사용한 환자는 1,850만 명으로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처방받은 셈이다. 마약성 진통제 처방은 늘고 있는 만큼, 처방 및 복용 과정에서 ‘중독’이나 부작용에 노출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윤동욱 양산부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독성 의약품은 불법 약물에 비해 접근이 훨씬 쉬운 반면 ‘중독’ 측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며 “따라서 마약 중독자에게 평범한 의약품이 ‘불법 마약’과 같이 사용될 수 있다. 마약 중독자도 치료를 빙자한 수법을 통해 처방받은 약물로 환각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식욕억제제를 1년간 1만 6,000여 건 처방받은 환자와 이를 처방한 의원이 적발되는 등 비교적 처방이 쉬운 다이어트약(식욕억제제)의 오·남용도 심각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2018년 7월 1일~2019년 6월 30일)를 분석한 결과 식욕억제제 평균 처방일수는 약 29일, 하지만 중독이 의심되는 수치인 90일을 초과한 처방은 약 9만 건에 달하고 2종류 이상 처방 기간이 중첩되는 환자도 11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승엽 가톨릭의대 은평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독성으로 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마약성 진통제, 안정제, 중추신경 흥분제 등)은 불법 약물과 달리 합법적으로 처방이 가능하여 비교적 접근이 수월하다. 따라서 이러한 약물들은 분명한 목적 하에 적용 질환 및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오남용 위험성을 사전 평가하고, 충분한 설명 후 의료진에 의하여 처방돼야 한다”며 “환자도 치료기간 종결 후에도 더 복용을 유지하고 싶은 갈망을 느끼거나 금단 증상(식은땀, 오한, 구역감 등의 신체증상 뿐만 아니라 불면 불안, 우울, 무력감 등의 정신적 금단 포함)으로 중단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해당 의약품에 ‘의존’하고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