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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남한과 북한이 하나로 합쳐진다면 아주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날 것이고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다. 나아가 남·북한이 통일된다면 이는 한국에 엄청난 축복이 될 것이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설립한 퀀텀펀드의 성공으로 월가에서도 전설적 투자자로 불리고 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가시화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 제재 해제 및 개방에 대해 낙관론을 쏟아냈다. 일찍이 2010년부터 북한 투자를 예찬해 온 그는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긴 하지만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는 로저스 회장은 지난 30일 이데일리와 가진 1시간여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투자의 매력을 높이 평가하며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 그 자신부터 서둘러 북한은 물론 한국, 중국 등지에 있는 수혜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짐 로저스 회장과의 일문일답.
-북한 개방에 따른 과실을 얻으려면 어디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일각에서는 막대한 통일비용 탓에 통일이 한국에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것이라고도 경계한다.
△좀전에 얘기했던대로 북한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결핍 상태에 있다. 따라서 남한과 북한 경제가 통합되거나 실제 두 체제간 통일이 이뤄진다면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어가야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 자체가 한국에 재앙이 되는 수준까지 가진 않을 것이다. 한국 외에도 북한이 개방한다면 투자하고 싶어 하는 나라나 기업, 투자자들이 매우 많다. 독일 통일 당시에는 동독에 투자하고자 하는 나라가 거의 없었다. 체코슬로바키아나 폴란드 정도였다. 그러나 북한 주변에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많은 대국들이 있다. 이들 모두 투자를 원하고 있다. 아울러 남북한이 대치하면서 남한과 북한 정부가 쏟아 부었던 엄청난 국방비를 경제 성장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대목이다. 미국 역시 주한미군을 유지하고 한국내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큰 국방비를 부담하고 있으며 이 자금도 일정 부분 북한 투자로 유입될 수 있다.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인구구조 문제다. 현재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아주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고 여성에 비해 남성 인구가 더 많은 남초(男超)현상도 있다. 남북한이 하나로 합쳐진다면 북한의 젊은층과 여성 인구가 한국이 안고있는 인구구조상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남북이 통일로 가거나 경제 통합으로 갈 경우 한국에 아주, 아주 큰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 주식시장은 어떻게 보는가. 북한 개방이 증시 전망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북한 개방과 맞물려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나. 한국에도 자주 올 것 같은데.
△북한 개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은 없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대부분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계속 공부할 것이다. 7월초부터 몇 차례 한국을 방문할 일정이 있는데, 대부분 북한과 북한 투자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자리 정도일 것이다. 물론 내가 북한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이나 전망하고 있는 것을 투자자들과 공유하는 일은 계속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적극적으로 할 의향은 있다.
-미국, 중국간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우 이례적으로 10년 정도 장기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졌고 불과 2~3년전부터 경기가 살아나는 양상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다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간 무역분쟁이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일부 신흥국 위기도 불안요인이다. 앞으로 다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큰 경제적 충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 충격의 진원지가 어디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매우 암울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본다. 2007년 금융위기가 과도한 부채로 인해 발생했다면 앞으로 올 쇼크도 과잉부채로 인한 것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지금 각국 정부와 기업, 가계는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로존과 일본 등도 통화긴축으로 갈 경우 부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모두가 이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예의주시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신흥국 중에서도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정부나 기업 부채수준이 낮은 편이라 이런 충격을 덜 받을 것으로 본다. 특히 북한과의 경제 통합이나 통일이 현실화 한다면 더욱 더 충격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下>편에서 계속